바람 몹시 찬 밤에 포장마차 국수집에 허름한 차림의 남자가 예닐곱쯤 되는 딸의 손을 잡고 들어왔다 늙수그레한 주인이 한 그릇 국수를 내왔는데 넘칠 듯 수북하다 아이가 배불리 먹고 젓가락을 놓자 남자는 허겁지겁 남은 면발과 주인이 덤으로 얹어준 국수까지 국물도 남김없이 시원하게 먹는다 기왕 선심 쓸 일이면 두 그릇을 내놓지 왜 한 그릇이냐 묻자 주인은, 그게 그거라 할 수 있지만 그러면 그 사람이 한 그릇 값 내고 한 그릇은 얻어먹는 것이 되니 그럴 수야 없지 않느냐 한다 집으로 돌아오며 그 포장마차 주인의 셈법이 좋아 나는 한참이나 푸른 달을 보며 웃는다 바람은 몹시 차지만 하나도 춥지 않다 - 포장마차 국수집 주인의 셈법 / 배한봉 인간에 대한 예의를 생각한다. 누군가를 도울 때에도 세심한 배려가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