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으려니 너무 답답해서 밖으로 나섰다. 경안천을 하릴없이 어슬렁거리려 했는데 쌀쌀한 날씨 탓에 열심히 걸을 수밖에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겨울 소백산 능선의 칼바람을 맞는 게 옳았다. 요사이는 하루하루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다. 이젠 격한 감정의 요동이 잦아지고 좀 차분해질 때가 되었다. 나부터 사태를 냉정하게 이성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한 발짝 물러서는 모습도 필요하다. 속을 들여다보면 누구 하나 불쌍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맹자는 말했다. "사람은 모두 남에게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이 있다[人皆有不忍人之心]." '남에게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에 사람 구별이 있는 건 아닐 것이다. 오늘은 4시간 넘게 약 20km를 걸었다. 걷기의 위안이 없다면 나는 얼마나 슬플 것인가. 걷다 보면 쪼그라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