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아침엔 창문을 여세요 그러면 풀들의 숨소리가 들릴 것입니다 발이 간지러운 풀들이 반짝반짝 발바닥 들어올리는 소리도 들릴 거예요 봄 아침엔 창문을 여세요 아픔처럼 꽃나무들 봉지 튀우는 소리 들릴 것입니다 햇살이 금가루로 쏟아질 때 열 마지기 논들에 흙이 물 빠는 소리도 들릴 거예요 어디선가 또옥똑 물방울 듣는 소리 새들이 언 부리 나뭇가지에 비비는 소리도 들릴 것입니다 사는 게 무어냐고 묻는 사람 있거든 슬픔과 기쁨으로 하루를 짜는 일이라고 그러나 오지 않는 내일을 위해 지레 슬퍼하지 말라고 산들이 저고리 동정 같은 꽃문 열 듯 동그란 웃음 하늘에 띄우며 봄 아침엔 화알짝 창문을 여세요 - 봄 아침엔 창문을 여세요 / 이기철 잔인하고 우울한 계절이 계속되고 있다. 온 나라도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도 어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