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께서 밭에 콩을 심으실 때 한 구멍에 세 알씩 심어 날짐승 들짐승 몫도 챙기셨다고요? 그래요, 그건 이야기 시절의 이야기지요 할머니 가신 뒤의 배곯은 산꿩이 내려와 세 알 다 쪼아먹고 멧돼지가 와서 밭을 통째 뒤집고 메뚜기가 떼로 덤비고 까치가 떼로 날고 깔따구와 여치가 떼로 습격하고 사람들이 떼를 지어 한 일과 사람들이 싹쓸이로 한 일을 저들은 거꾸로 그렇게 합니다 할머니 이야기엔 그들도 함께 둘러앉을 자리가 있었습니다 두꺼비도 까치도 온갖 미물들도 둘러앉고 산신도 용왕도 집안의 업의 눈치도 살피고 짐승들이 들을까 알곡들이 삐칠까 나무가 속상해할까 소곤소곤 입조심 하느라 이야기 속에 그들 자리가 있었습니다 할머니 가신 뒤로 세상의 이야기는 사람끼리만 사람의 말로만 떠들고 있습니다 세상은 많은 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