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9/29 2

밤 줍다

올해는 가을 열매가 풍년이다. 산에 들면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가 비 오듯 후두둑 한다. 사람들이 아무리 주워가도 화수분을 연 듯 금새 새 도토리로 덮인다. 뒷산에서 밤을 주웠다. 길에 떨어진 밤을 줍다가 점점 안으로 이끌려갔다. 사람이 여러 차례 훑고 갔을 텐데 새로 떨어진 밤이 이만 했다. 이른 아침에 가서 작정하고 줍는다면 며칠 새 한 가마니는 채울 것 같다. 어느 해는 빈곤하고 어느 해는 이렇듯 풍요롭다. 고향집 과실나무를 봐도 잘 되는 해가 있고 그렇지 못한 해가 있다. 인간의 계량만으로는 예측이 안 되는 자연의 원리가 숨어 있을 것이다. 집에서 조금씩 구워먹고 있는데 밤알이 잘아서 품이 많이 든다. 시장에서 파는 밤 한 되가 1천 원밖에 안 간다고 한다. 먹는 재미보다는 줍는 재미가 더 낫다.

사진속일상 2014.09.29

감성에 물주기

늙어서도 행복할 수 있는 조건을 들라면, 건강한 무릎 연골과 살아 있는 감성이라고 답하겠다. 세상 사람들이 자주 꼽는 돈과 친구도 필요하지만, 나에게는 연골과 감성의 뒷순위다. 돈은 생존하기에 적당한 양만 있으면 되고, 친구가 없으면 혼자서도 잘 놀 줄 알면 된다. 중요한 건 세상을 늘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눈인 감성이다. 는 무척 재미있고 흥미로운 책이다. '일상기록공작가'로 자처하는 공혜진 님이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할 수 있는 비결 100가지를 보여준다. 매일 비슷하게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오늘은 어제와 다르다. 우리 삶을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커다랗게 나선형을 그리며 돌아가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어제와 같은 패턴을 그리는 듯하지만, 어제 그려진 원과는 결코 만나지 않는 나선형이다. 그래서 오늘 ..

읽고본느낌 2014.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