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고 날씨가 싸늘해진 뒤부터는 뒷산을 가지 않았다. 다른 산도 마찬가지였다. 대신 헬스장에 나가는 데 재미를 붙였다. 헬스장은 근육을 단련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걷는 건 영 아니었다. 기계 위에서 앞으로 나가지도 못하면서 같은 동작을 반복하다 보면, 내가 뭣 하는 짓이지, 라고 자꾸 자문하게 되는 것이었다. 어제는 영상으로 기온이 올라 오랜만에 뒷산에 갔다. 근 두 달만이었다. 음지에는 눈이 얼어 있었지만 걷는 데는 별 무리가 없었다. 상큼한 공기가 시원했다. 몸살의 여파인지 머리가 지끈거렸지만 산에 든 기분이 좋았다. 천변만화하는 게 세상사지만 산은 늘 여전한 모습이란 게 듬직했다. 통틀어 산만큼 믿음직한 친구도 없다. 자주 찾을 곳은 헬스장이 아니라 산이란 걸 새삼 확인한다. 해가 달라지고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