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마을에 기정 형이 살고 있다. 나보다 6살이 위다. 형이라고 부를 수 있는 동네 사람들 중에서는 제일 연장자다. 형은 어릴 때 집이 너무 가난하여 13살이 되어서야 겨우 국민학교에 들어갈 수 있었다. 7살이었던 나와 같은 1학년이 된 것이다. 당시는 이런저런 이유로 적령기를 놓친 아이들이 많았다. 형과는 워낙 나이 차이가 나다 보니 같은 학년이었지만 함께 놀거나 어울리지는 않았다. 형 친구들은 5, 6학년 아이들이었다. 형의 부친은 한학을 하신 분이라 형은 이미 집에서 한글과 한문을 깨친 상태였다. 1학년 수업 내용은 들으나마나였다. 학교는 형식적으로 다녔다고 해야겠다. 공부보다는 빨리 집에 가 일하는 게 우선이었을 것이다. 학업도 워낙 앞서가니 1학년을 마치면서 담임선생님이 바로 3학년으로 진급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