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드니 새해의 설렘도 줄어든다. 해가 바뀌어도 달라질 건 크게 없다는 걸 삶으로 체험해 왔기 때문이다. 수많은 새해의 각오나 기도가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물거품처럼 사라져갔다. 불꽃놀이는 짧고, 뒤에는 여일한 일상이 있을 뿐이다. '복'이나 '행복'이 너무 남발되는 신년의 분위기가 별로 탐탁치 않다. 그래도 어젯밤에는 열두 시가 되기를 기다렸다가 TV로나마 제야의 종소리를 들었다. 결국 한 해가 가기는 갔구나, 라는 느낌에 뭉클해졌다. 작년은 우리 가정에서 파란만장했던 한 해였다. 그만큼 노심초사하며 보낸 해도 없었다. 다시 되살려보기도 싫어서 한 해의 감상을 정리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세월의 매듭이 있다는 게 고맙다. 달력을 새로 걸며 힘든 과거가 끊어져 나갔다는 느낌을 갖게 되는 건 치유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