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가던 소주 집 영수증 달라고 하면 메모지에 술갑 얼마라고 적어준다. 시옷 하나에 개의치 않고 소주처럼 맑게 살던 여자 술값도 싸게 받고 친절하다. 원래 이름이 김성희인데 건강하게 잘 살라고 몸성희라 불렀다. 그 몸성희가 어느 날 가게문을 닫고 사라져버렸다. 남자를 따라갔다고도 하고 천사가 되어 하늘로 갔다는 소문만 마을에 안개처럼 떠돌았다. 어느 하늘 아래 살고 있는지 몸 성히 잘 있는지 소주를 마실 때면 가끔 술값을 술갑이라 적던 성희 생각 난다. 성희야, 어디에 있더라도 몸 성히 잘 있거라. 몸성희 잘 있거라 / 권석창 70년대 중반쯤이었다. 군대 휴가를 나와서 옆 마을 친구한테 놀러 갔다. 여럿이 모인 자리에 처음 보는 얼굴이 있었다. 인사를 나누고 소개를 받고 보니 시를 쓴다는 청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