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세례를 받았지만 천주교 신자냐고 물으면 확신이 없다. 성경에서 서술하는 하느님을 믿지 못한다. 미사 시간에 사도신경을 고백할 때는 입이 다물어진다. 역시 글자 그대로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신 우주에 존재하는 신성(神性)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는다. 내 안의 종교심도 부정할 수 없다. 전통적인 신앙인과는 거리가 멀지만 종교인이라는 말까지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어정쩡한 상태다. 그래서 사서 읽은 책이 다. 알랭 드 보통이 썼다. 저자는 무신론자다. 그렇다고 종교가 가진 가치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무신론자로 남아 있으면서도 종교가 유용하고, 흥미롭고, 위안이 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전제다. 종교의 관념과 실천 가운데 일부를 세속적인 영역으로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책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