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거셀수록 나무가 할 일은 뿌리를 깊이 내리는 것 키가 커질수록 나무가 할 일은 가지를 떨궈내리는 것 거목이 돼갈수록 나무가 할 일은 제 안을 비워 영원을 품어가는 것 그리하여 나무가 할 일은 단단한 씨앗 속에 자신을 담아 푸른 산맥으로 돌아가는 것 - 나무가 할 일 / 박노해 '나무' 대신에 '나'를 대입하여 읽는다. 뿌리를 깊이 내리는 일도, 가지를 떨궈내리는 일도, 여전한 희망사항일 뿐이다. 인간이 나무처럼 성장한다는 건 적어도 나에게는 헛말이구나. '한 일'은 하나도 없고 '할 일'만 남아 있을 뿐, 그것도 아득한 약속으로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