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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조요(撲棗謠) / 이달

이웃집 꼬마가 와서 대추를 따네 늙은이가 문을 나와 꼬마를 내쫓네 꼬마가 홱 돌아서며 늙은이에게 하는 말 내년 대추 익을 때까지 살지도 못할 거면서 - 대추 따기를 노래함 / 이달 隣家小兒來撲棗 老翁出門驅小兒 小兒還向老翁道 不及明年棗熟時 - 撲棗謠 / 李達(1539~1609) 버릇없는 꼬마한테 한 수 가르침을 받는 노인이라는 설정이 재미있다. 시 내용이 역시 이달(李達)답다. 허균이나 허난설헌이 나올 때마다 꼭 등장하는 시인 이달이다. 늙은이의 입장이 되어 이 시 속으로 들어가 보면, 꼬마의 한 마디가 번쩍하는 번갯불이 되는 간접 경험을 하게 된다. 지금 우리의 행태도 저 노인과 다르지 않음이다. 내 것, 네 것을 가르는 게 본래 부질없는 짓이렷다.

시읽는기쁨 2015.07.29

쓴맛이 사는 맛

아름답게 늙어가는 사람을 만나기는 어렵다. 노인이 되면 대체로 고집불통의 꼰대가 된다. 노년의 문화라 부르는 것도 즉물적이고 쾌락적인 것에 만족하는 수준이다. 시대를 고뇌하며 진실된 삶을 추구하는 노인은 드물다. 작년 신문 보도를 통해 채현국 선생을 처음 알았다. 노인들이 저 모양이란 걸 잘 봐두어라, 라는 제목의 젊은이에게 주는 일갈이 시원했다. 선생의 삶과 생각을 소개하는 이 책 을 읽으며 선생의 진면목을 다시 대하게 되었다. 참 독특한 분이라는 느낌이 신선했다. 선생을 수식하는 말들을 보면 선생이 어떤 분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작은 거인, 기인, 거리의 철학자, 개인소득세 납부액이 전국에서 열째 안에 들었던 거부, 탄광 사고가 난 뒤 사업을 정리해서 나누어준 사업가, 해직기자들에게 집을 한 ..

읽고본느낌 2015.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