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 34

십자봉 등산

트레커와 십자봉에 올랐다. 십자봉은 원주와 제천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높이가 985m다. 백운산과 이웃하고 있다. 이 산 아래 지인이 귀농해서 살고 있는데 재작년에 찾아간 적이 있었다. 그때 일행 중 일부가 이 산에 올랐고 나는 다음에 올라보겠다고 미루었는데 이번에 기회가 되었다. 운계리 산촌마을에서 시작한 길은 소나무 숲 사이로 이어졌다. 급한 오르막도 별로 없으면서 솔잎을 밟는 길이 좋았다. 뒤에 처진 두 사람이 알바를 하는 바람에 나중에 정상에서 합류했다. 산길에서 방심은 금물이다. 정상부 헬기장은 억새로 덮여 있었다. 오전에는 잔뜩 흐렸다가 오후가 되면서 햇빛이 나왔다. 환한 가을 햇살 속에서 야생화가 만발한 억새밭은 한 점 오아시스 같았다. 십자봉은 찾는 사람이 적어선지 이정표 표시도 정확히 되..

사진속일상 2015.10.04

분꽃

고향집 화단에는 채송화, 봉숭아와 함께 분꽃이 있었다. 옛날에는 흔하게 볼 수 있었는데 이제는 드물어졌다. 씨앗에서 나온 흰 가루를 옛 여인들은 화장품으로 썼다는데, 명칭 그대로 '분(粉)'꽃이 맞다. 재미있는 건 분꽃의 영어 이름이 'four o'clock'이라고 한다. 오후 4시가 되어야 꽃잎을 열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란다. 색깔이 너무 진해서 은은한 맛은 덜하지만 소박한 아름다움이 약간은 슬프기도 한 꽃이다. 해 질 무렵 장독대 옆 화단에 분꽃이 피면 이남박 들고 우물로 가던 그 여인이 보입니다 육십 년 전에 싸움터로 끌려가서 돌아오지 않는 정든 님을 기다리다가 파삭하게 늙어버린 우리 형수님 세월이 하 무정하여 눈물납니다 - 분꽃 / 민영

꽃들의향기 2015.10.02

논어[160]

선생님이 물가에 서서 말씀하시다. "가버리는 것은 저와 같겠지! 밤낮을 쉬지 않고." 子在川上曰 逝者如斯夫 不舍晝夜 - 子罕 14 흘러가지 않는 것이 어디 있는가. 변하지 않는 것이 어디 있는가. 세월도, 사람도, 사랑도, 신념도 저 강물처럼 쉼없이 흘러간다. '나'라는 존재도 언젠가는 흔적 없이 사라질 것이다. 인생은 덧없다. 만물 무상(無常)이다. 공자의 심경이 조금은 이해되는 이 계절이다.

삶의나침반 2015.10.02

65에서 75 사이

90대에도 왕성한 활동을 하는 김형석 선생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65세에서 75세 사이를 인생의 황금기라고 부르는 걸 보았다. 오래되어서 선생이 든 이유까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나 역시 선생의 생각에 찬성한다. 어제 어느 방송에서는 인생의 절정기로 20세와 69세를 들었다. 인생의 모든 시기는 나름의 아름다움이 있다. 유년기, 소년기, 청년기, 장년기, 어느 때를 돌아보아도 그 나이로서의 빛나는 무엇이 있다. 그러나 빛만 아니라 그늘 또한 존재한다. 청년기가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고민과 번뇌의 어두운 밤이 함께 하는 시기인 것이다. 젊었을 때는 노인들은 무슨 재미로 살까 싶지만 노년은 또 그대로의 멋과 재미가 있다. 육체는 쇠락해가지만 정신은 익어가는 감처럼 완숙해지는 시기다. 삶의 경험이 잘 발..

길위의단상 2015.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