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6/04 2

동생네 집

고향에 새로 지은 동생네 집이 완성되었다. 공사를 시작한지 한 달 반 만에 새집으로 입주했다. 워낙 솜씨가 좋아서 동생이 직접 인부들을 써서 완벽하게 지었다. 상급 자재를 쓴 내실 있는 목조주택이다. 아흔 가까이 되어 자식이 곁에 오니 어머니도 무척 기뻐하셨다. 나도 한시름을 놓았다. 대신 내집을 잃은 허전함도 있다. 동네 사람들과 친척들이 모인 가운데 집들이를 했다. 동생에게는 고마운 마음과, 첫째의 역할을 못하는 미안함이 겹친다. 새집이 동생네와 어머니에게 좋은 안식처가 되길 빈다.

사진속일상 2017.06.04

운명 / 도종환

당신 거기서도 보이십니까 산산조각난 당신의 운명을 넘겨받아 치열한 희망으로 바꿔온 그 순간을 순간의 발자욱들이 보이십니까 당신 거기서도 들리십니까 송곳에 찔린 듯 아프던 통증의 날들 그 하루하루를 간절함으로 바꾸며 이겨낸 승리 수만마리 새 떼들 날아오르는 날갯짓 같은 환호와 함성 들리십니까 당신이 이겼습니다 보고 싶습니다 당신 때문에 오래 아팠습니다 당신 떠나신 뒤로 야만의 세월을 살았습니다 어디에도 담아둘 수 없는 슬픔 어디에도 불지를 수 없는 분노 촛농처럼 살에 떨어지는 뜨거운 아픔을 노여움 대신 열망으로 혐오 대신 절박함으로 바꾸며 하루하루를 살았습니다 해마다 오월이 오면 아카시아 꽃이 하얗게 지는 오월이 오면 나뭇잎처럼 떨리며 이면을 드러내는 상처 우리도 벼랑 끝에 우리 운명을 세워두고 했다는 걸..

시읽는기쁨 2017.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