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우 작가를 알게 되어 기쁘다. 이렇게 묵직한 글을 읽어보는 것도 오랜만이다. 마치 러시아 소설을 읽는 것 같다. 컴컴한 동굴에 들어갔다 나온 기분이다. 은 임철우 작가의 단편집이다. '아버지의 땅'을 비롯해 11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임철우는 주제 의식이 뚜렷한 작가다. 전쟁과 이데올로기, 그리고 체제의 폭력성을 고발하며 인간 존재의 심연을 파헤친다. 둔중하지만 여운이 긴 울림이 있다. 내용은 어둡지만 문체는 간결하고 짜임새가 치밀하다. 단편소설의 전범을 보는 것 같다. 작품 중에서는 '그들의 새벽'과 '사평역'에 호감이 간다. '그들의 새벽'은 거대 폭력에 굴복하며 보신에만 몰두하는 우리들 소시민을 비유적으로 그린다. 이런 태도는 군화 발자국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발견된다. 예를 들면, 미세먼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