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07 2

한 장의 사진(24)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내가 제대할 때는 누구나 한마디씩 한 말이 있었다. "제대하면 부대 쪽으로는 오줌도 안 눈다." 군대 생활에 대한 혐오감이 그만큼 컸다는 말이다. 개인적으로 군대 트라우마를 벗어나는 데 30년은 걸렸다. 반면에 '군대에 가야 사람 된다'는 말도 있다. 국민정신 교육장으로서 군대의 역할을 기대하는 사람의 말이다. 좋게 말하면 나라와 부모에 대한 고마움을 온몸으로 배우는 곳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나에게는 '사람 된다'는 말이 권위적 체제와 이념에 대한 온순한 복종의 의미로 들린다. 외국에 나갔을 때 제일 민폐를 끼치는 사람이 이스라엘인이라는 얘기를 해외여행을 많이 한 사람에게서 들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제일 시끄럽고 안하무인이라는 것이다. 왜 하필 이스라엘인지 의아했는데 의무징병제와..

길위의단상 2017.12.07

초겨울 뒷산

아침 기온이 영하 9도까지 떨어졌다. 바람이 불지 않고 낮인데도 볼에 닿는 냉기가 시리다. 햇볕을 쬘 겸 뒷산에 올랐다. 잎을 버린 나뭇가지 사이로 햇빛 잘 스며드는 겨울 산길이다. 우리가 가진 것이 많은 것 같아도 사실은 가진 게 없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계절이 겨울이다. 그래서 가슴 한쪽이 허전한지 모른다. 때때로 진실은 사람을 아프게 한다. 아픔과 쓸쓸함에서 생명에 대한 연대 의식이 생겨나는가 보다. 가만히 겨울나무를 껴안아 준다. 겨울을 지나면서 나무는 단단해진다. 생존과 번식에 충실한 여름 한때였지만, 고독을 견뎌내는 겨울에야 나무는 내적인 성장을 한다. 사람의 생애도 마찬가지다. 시련의 시절을 살아내는 것이 공부다. 공부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마음이 따스해진다. 나무도 그렇다는 듯 가지를 살랑살랑..

사진속일상 2017.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