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그 어느 나라에도
애국애족자가 없다면
세상은 평화로울 것이다
젊은이들은 나라를 위해
동족을 위해
총을 메고 전쟁터로 가지 않을테고
대포도 안 만들테고
탱크도 안 만들테고
핵무기도 안 만들테고
국방의 의무란 것도
군대훈련소 같은 데도 없을테고
그래서
어머니들은 자식을 전쟁으로
잃지 않아도 될테고
젊은이들은
꽃을 사랑하고
연인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무지개를 사랑하고
이 세상 모든 젊은이들이
결코 애국자가 안 되면
더 많은 것을 아끼고
사랑하며 살 것이고
세상은 아름답고
따사로워질 것이다
- 애국자가 없는 세상 / 권정생
김연아 선수가 소치 올림픽을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무리했다. 그녀의 마지막 무대는 존 레논의 '이매진'을 배경 음악으로 한 갈라쇼였다. '이매진'은 반전 평화의 메시지를 가진 노래다. 가사는 기존의 이데올로기를 거부하는 내용으로 혁명성이 짙다. 김연아와 어울릴 것 같지 않은데도 아름다운 댄싱과 결합해 묘한 호소력을 보여 주었다. 김연아의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무대였다. 앞으로 김연아가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사회 계몽 운동에 나서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권정생 선생의 이 시도 존 레논의 '이매진'과 닮았다. 애국이라는 명분하에 얼마나 많은 전쟁이 일어났고, 무수한 생명이 희생되었는지 인류 역사가 말해준다. 큰 도적들이 자신들의 야욕을 채우기 위해 대중의 애국심을 자주 이용했다. 작금에 발흥하고 있는 일본의 신군국주의 세력도 그들에게는 애국이라는 거창한 소명 의식이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한중일 삼국이 각자의 애국만 고집한다면 동아시아에 평화는 멀다. 과연 애국애족자가 없다고 세상이 아름다워질지는 의문이지만 - 인간은 또 다른 데서 편집증의 대상을 찾아낼 것이다 - 전쟁의 비극은 훨씬 줄어들 게 틀림없다. 애국을 넘어서는 인류애, 생명애로 인간 의식은 진화되어야 한다. 그래야 평화로 가는 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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