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산 변산아씨를 만나러 가는 걸 망설였다. 두렵기도 했다. 해가 갈수록 서식지가 망가지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원인은 나 같이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 탓이다. 조심한다지만 많은 사람이 몰리고 밟아대면 가녀린 생명은 견뎌내지 못한다. 그래도 궁금했다. 올해의 변산아씨는 어떤 모습일까?
수리산 변산바람꽃 자생지를 안 건 9년 전이었다. 등산길에 우연히 발견했다. 변산바람꽃의 하얀 꽃밭이었다. 바람에 한들거리는 꽃들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모른다. 사람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아서 찾아오는 사람도 없었다. 그러던 게 갑자기 유명세를 타면서 훼손되기 시작했다. 이제는 두 눈을 크게 뜨고 찾아도 보기 어렵게 되었다.
이번에 계곡을 오르내리면서 살폈지만 딱 여섯 개체만 확인했다. 이마저도 풍전등화 신세에 불과했다. 예전의 꽃밭은 완전 전멸이었다. 변산아씨가 추위에 오들오들 떠는 것만은 아니었다. 가련한 변산아씨, 예쁘다거나 신기하다거나의 감정은 옛날 일이었다. 내년을 기약하기가 어려울 듯했다. 잠깐 사진 몇 장 찍고 자리를 떴다. 사람들은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