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오늘만 산다

샌. 2018. 3. 29. 10:55

최근에 지인이 당한 비통한 사고 소식을 연이어 들었다. 전화 통화에서 목소리가 가라앉아 있길래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초등학생인 손녀가 죽었단다. 학교에서 돌아오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는데 머리를 시멘트벽에 부딪쳐 뇌진탕이 일어났다고 한다. 수술해도 소용이 없었다며 울먹인다.

 

집안은 쑥대밭이 되었다. 엄마는 며칠째 실신하며 응급실에 실려 간다고 한다. 화목하고 믿음이 좋은 집안으로 알려졌는데 불의의 사고를 맞고 말았다. 아빠는 "하느님이 어디 있느냐?"며 정신을 못 찾고 있단다. 손녀를 잃은 본인의 심정도 오죽할 것인가. 사람을 만나기 싫어 두문불출하고 있단다. 너무 안타까워서 위로의 말조차 건네지 못했다.

 

또 한 친구의 조카도 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어제 들었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여동생의 아들인데 내용에 대해서는 말해주지 않았다. 얼굴이 아주 착잡해 보였다. 불가항력의 이런 참사는 가정을 풍비박산 낸다.

 

허물 많은 세상의 죄를 아이들이 뒤집어쓰고 대신 죽어가는 것 같다. 살아 있는 사람은 엄청난 빚을 지며 사는 게 아닐까. 죽은 아이는 아무것도 모르겠지만, 남은 가족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어린 자식을 먼저 보내야 하는 부모의 고통은 눈을 감을 때까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안쓰럽고 막막하다.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나에게도 무슨 일이 찾아올지 모른다. 천년만년 살 듯싶지만 당장 내일 일도 모르는 게 인생이다. 우리는 그저 오늘만 살 뿐이다. 어찌 거들먹거릴 수 있겠는가. 겸허할 수밖에 없다.

 

무사히 지내고 있음에 감사하기에도 미안하다. 지금의 상태는 내가 잘나서가 아닐 것이다. 다만 운이 좋았을 뿐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간사의 무대는 뒤죽박죽이다. 악행을 한다고 응당한 벌을 받는 것도 아니며, 오히려 떵떵거리고 산다. 누군가 던진 돌멩이에 애꿎은 사람이 피를 흘린다. 그래서 사람들은 내세에 미련을 두는지 모른다.

 

그래도 목숨을 받은 이상 살아낼 수밖에 없다. 인간의 도리를 찾지 않을 수 없다. 다만 허황된 희망이나 기대는 버리자. 내일은 없다. 묵묵히 오늘만 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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