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마르코복음[13]

샌. 2021. 5. 18. 10:35

안식일에 예수께서 밀밭 사이를 지나가시게 되었는데, 제자들이 길을 내며 이삭을 자르기 시작했다. 그래서 바리사이들이 "보시오, 어째서 이 사람들이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합니까?" 하자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다윗과 그 일행이 궁핍하고 굶주렸을 때 다윗이 어떻게 했는지 읽어 본 적이 없습니까? 에비아달 대제관 때 어떻게 그가 하느님의 집에 들어가서, 제관 말고는 못 먹도록 차려둔 빵을 먹고 또 함께 있던 사람들에게도 나누어 주었습니까?"

이어서 말씀하셨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생겼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 생기지는 않았습니다. 인자는 또한 안식일의 주인입니다."

 

- 마르코 2,23-27

 

 

내가 보기에는 예수와 제자들이 고의적으로 안식일의 규정을 위반한 것 같다. 종교적 규율 속에서 자기 만족에 빠진 바리사이들에게 속된 말로 '엿 먹어라'는 행위가 아니었을까. 오래전 처음 성경을 읽었을 때 이 대목이 통쾌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난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생겼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 생기지는 않았습니다." 예수의 어록 중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꼽힐 멋진 말씀이다. 예수의 최우선 관심사는 인간의 행복이다. 인간을 억압하는 체제에서 인간을 해방시키는 일이다. 갈릴래아의 고난 받는 민중에게 인간다운 삶을 되돌려주는 일이다. 예수는 체제 비판을 넘어서서 체제를 부정한다. 예수의 눈에는 유대교도 예외가 아니다. 구약의 하느님이라는 우상은 깨어지고 새로운 하느님이 나타나야 한다. 예수의 하느님 나라 운동의 핵심이다. 또한 "인자(사람의 아들)는 안식일의 주인"이라는 말씀은 동학의 인내천(人乃天) 사상과 연결될지 모른다.

 

안식일은 말 그대로 편히 쉬는 날로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날이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종교 교리로 굳어지면서 오히려 인간을 속박하게 되었다. 현대 종교의 역할은 어떤지 이에 비추어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세상의 소금이라고 과연 말을 할 수 있을까. 예수가 깨뜨리려고 싸운 낡은 껍데기에 매몰되어 기득권에만 연연하지는 않는지 자문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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