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마르코복음[12]

샌. 2021. 5. 4. 15:53

그런데 요한의 제자들과 바리사이들은 자주 단식을 했다. 사람들이 와서 물었다. "요한의 제자들과 바리사이 제자들은 단식을 하는데, 어째서 당신 제자들은 단식을 하지 않습니까?"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신랑이 함께 있는 동안에는 혼인잔치 손님들이 단식할 수 있습니까? 신랑이 함께 있는 동안은 단식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신랑을 빼앗길 날이 올 터인데, 그때 그 날에는 단식할 것입니다. 아무도 헌 옷을 생베 조각으로 깁지 않습니다. 그러면 새 헝겊이 헌 옷을 잡아당겨 그 옷이 더 고약하게 찢어집니다. 또 아무도 새 포도주를 헌 가죽부대에 담지 않습니다. 그러면 포도주가 가죽부대를 터뜨려 포도주도 가죽부대도 못 쓰게 됩니다. 새 포도주는 새 가죽부대에 담는 법입니다."

 

- 마르코 2,18-22

 

 

좋은 신앙심의 표현으로 알고 있는 단식 관습을 예수는 부정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새 포도주는 새 가죽부대에 담아야 한다면서 혁명적인 사고의 전환을 요구한다. 신앙의 알짬은 그런 자질구레한 형식에 있지 않다. 예수의 하느님 나라 운동은 유대교를 넘어선다. 예수 사후에 나온 바울 신학은 인간의 원죄와 대속을 중심으로 한다. 모두 구약적 사고방식이다. 이것은 복음서에 나타난 초기 예수의 뜻과는 어긋난다. 여기에 혼인잔치 비유가 나오지만, 하느님이 주신 우리의 삶은 원래 혼인잔치의 분위기와 같은지 모른다. 소외계층이나 버려진 사람이 없이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혼인잔치가 되어야 한다. 예수는 이 땅에 하느님의 공의가 행해지는 모두가 행복한 축복된 삶을 꿈꾼 게 아니었을까.

 

여기 비유에 나오는 옷을 깁는다거나 포도주를 담는 일은 여성이 담당하는 가사 노동이다. 예수가 어디에 관심을 뒀고 강조하려 했는지 이 비유의 소재에서 감지할 수 있다. 예수의 섬세한 성격과 함께 인간, 그중에서도 약자를 향하는 그분의 따스한 눈길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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