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변에 서니 늦가을 바람이 차가웠다. 날씨에 어울리지 않은 옷차림이어서 냉기가 살갗으로 스며들었다. 더 차가운 바람을 맞은들 불평이 나올 수는 없었다. 나태해진 정신을 일깨우는 데 이 정도의 찬바람으로는 어림없을 터였다. 겨울이 다가오는 오전의 습지생태공원은 고즈넉했다. 고니가 와 있지 않을까 살폈으나 경안천은 텅 비어 있었다. 공원을 한 바퀴 돌고 한강으로 나가 더 거세진 바람을 맞았다. 멀리 강 건너 운길산 8부 능선쯤에 있는 수종사가 보였다. 아뿔싸, 오늘 같은 기분이라면 수종사에 가서 세상을 내려다보는 시원한 눈맛을 즐겼으면 좋았겠다는 늦은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어제는 감정의 과잉 상태였다. '인간 혐오'라는 말이 부지불식간에 튀어 나왔다. '통화 거절'로 읽히는 메시지가 가슴을 아리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