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달 전부터 앞니 하나가 시큼거렸다. 신경이 쓰였지만 그럭저럭 견딜 만한 정도여서 치과에 가지 않고 버티며 지냈다. 병원 신세를 지지 않고도 저절로 낫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한때는 잊어버릴 정도로 상태가 좋아지기도 했다. 이번 설날에 조상님 산소를 찾아 인사를 올리고 음복을 하는데 느낌이 이상했다. 말썽을 부리던 앞니가 끝을 맞은 것이다. 손가락으로 당기니 쑥 하고 빠져나왔다. 저절로 수명을 다하며 자연사한 셈이었다. 이 정도 되기까지 참고 견뎠으니 어지간히 미련하다는 핀잔을 들었다. 진즉에 병원에 갔다면 빠른 조치가 가능하고 고생도 덜 했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워낙 게으르고 병원에 가기 싫어하는 성격이라 자업자득이라 할 수 있다. 허나 병원에 간들 뽑는 것 외에 다른 방도가 없었을 테니 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