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천 2

호박꽃 초롱 서시 / 백석

한울은울파주가에 우는 병아리를 사랑한다우물돌 아래 우는 돌우래를 사랑한다그리고 또버드나무 밑 당나귀 소리를 임내내는 시인을 사랑한다 한울은풀 그늘 밑에 삿갓 쓰고 사는 버슷을 사랑한다모래 속에 문 잠그고 사는 조개를 사랑한다그리고 또두틈한 초가지붕 밑에 호박꽃 초롱 혀고 사는 시인을 사랑한다 한울은공중에 떠도는 흰구름을 사랑한다골짜구니로 숨어 흐르는 개울물을 사랑한다그리고 또아늑하고 고요한 시골 거리에서 쟁글쟁글 햇볕만 바래는 시인을 사랑한다 한울은이러한 시인이 우리들 속에 있는 것을 더욱 사랑하는데이러한 시인이 누구인 것을 세상은 몰라도 좋으나그러나그 이름이 강소천(姜小泉)인 것을 송아지와 꿀벌은 알 것이다 - 호박꽃 초롱 서시 / 백석  강소천 시인이 동시집 을 펴냈을 때 써 준 백석 시인의 서시다...

시읽는기쁨 2024.09.24

청소를 끝마치고 / 강소천

책상 걸상을 죽 뒤로 밀어 놓고 먼지털이로 구석구석 먼지를 떨고 비로 박박 마루를 쓸고 물로 좍좍 걸레질을 하고 책상 걸상을 제자리에 나란히 해 놓고 맑은 물을 길어다가 교탁과 교단을 다시 닦는다. 비뚜러 놓인 교탁을 바로 잡다가 나는 문득 선생님이 되어 보고 싶었다. "강웅구, 수고했소. 오늘 청소는 만점이요. 인제 집으로 돌아가도 좋소." 언제 와 계셨는지 교실 문 앞에 담임 선생님이 서 계셨다. 나는 부끄러워 어쩔 줄 모르다가 "선생님 청소를 다 했습니다." 선생님도 빙그레 웃으시며 "강웅구, 수고했소. 오늘 청소는 만점이요. 인제 집으로 돌아가도 좋소." 그리고 선생님은 교사실로 가신다. 복도를 쓸던 동무들과 유리를 닦던 동무들이 한꺼번에 "와아" 하고 웃어 버렸다. 교사실로 가시던 선생님도 뒤돌..

시읽는기쁨 2021.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