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 3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집 바로 앞 소나무에 까치 부부가 찾아와서 둥지를 만들고 있다. 까치집을 짓기 시작한 지는 한 달이 넘었다. 아침에 잠을 깨면 까치가 우짖는 소리가 제일 먼저 반긴다. 전통적으로 우리는 까치를 길조로 여기고 있다. 아침에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찾아온다고 한다. 바로 집 앞에 - 손을 뻗으면 닿을 듯 가까운 - 까치가 찾아왔으니 올해는 길한 일이 많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를 한다. 2023년 계묘(癸卯)년 설날이다. 이번 설은 어머니가 오셔서 함께 지내고 있다. 지난 금요일에 고향에 내려가서 모시고 올라왔다. 어머니는 목감기가 드셔서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다. 이래저래 설날 같지 않은 설날이다. 어릴 적 추억 속 설날은 과거의 뒤안길로 사라진 지 오래다. 설날 전인 섣달 그믐날을 '까치설'이라고 부른..

사진속일상 2023.01.22

까치의 집짓기

아파트 화단에 있는 소나무에 까치가 집을 짓기 시작한 지 두 주일이 되었다. 까치 부부가 산에서 부지런히 잔가지를 물어와 둥지를 만든다. 워낙 밑으로 떨어지는 게 많아 별로 진도가 나가지 않더니 그래도 이만큼이나마 되었다. 까치는 집을 처음 지어보는지 서투르고 어설프다. 마음 같아서는 내가 올라가서 도와주고 싶다. 하긴 부리만으로 쌓아올려야 하니 힘든 작업인 건 분명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끈기있게 같은 동작을 반복한다. 무척이나 느리고 더딘 집짓기다. 집을 짓기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는 다른 까치 한 쌍이 공격해 와서 서로간에 집을 차지하려는 쟁탈전이 며칠간 벌어졌다. 그럴 때는 네 마리가 얼마나 짖어대는지 온 아파트가 다 시끄러웠다. 지금은 질서가 잡혔고 조용해졌다. 많은 나무를 놔두고 하필 ..

사진속일상 2013.04.11

조용한 이웃 / 황인숙

부엌에 서서 창 밖을 내다본다 높다랗게 난 작은 창 너머에 나무들이 살고 있다 나는 이따금 그들의 살림살이를 들여다본다 잘 보이지는 않는다 까치집 세 개와 굴뚝 하나는 그들의 살림일까? 꽁지를 까닥거리는 까치 두 마리는? 그 나무들은 수수하게 사는 것 같다 하늘은 그들의 부엌 지금의 식사는 얇게 저며서 차갑게 식힌 햇살이다 그리고 봄기운을 한두 방울 떨군 잔잔한 바람을 천천히 오래도록 삼키는 것이다 - 조용한 이웃 / 황인숙 나무보다 더 아름다운 시는 없다고 어느 시인은 노래했다. 시인 또한 부엌 창 밖으로 보이는 나무를 통해 성자의 모습을 보고 있다. 그들 식탁에 오른 것은 햇살과 바람이다. 반면에 시인은 부엌에서 음식을 장만하며 인간 식탁의 탐욕과 살육을 새삼스레 느꼈을지 모른다. 어제 저녁 전체 회..

시읽는기쁨 2007.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