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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 / 다나카와 슌타로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목이 마르다는 것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눈부시다는 것 문득 어떤 멜로디를 떠올리는 것 재채기를 하는 것 당신 손을 잡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미니스커트 그것은 플라네타리움 그것은 요한 스트라우스 그것은 피카소 그것은 알프스 모든 아름다운 것을 만나는 것 그리고 숨겨진 악을 주의 깊게 거부하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울 수 있다는 것 웃을 수 있다는 것 화낼 수 있다는 것 자유라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지금 멀리서 개가 짖는다는 것 지금 지구가 돌고 있다는 것 지금 어딘가에서 병사가 상처 입는다는 것 지금 그네가 흔들리고 있는 것 지금 이 순간이 지나가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시읽는기쁨 2017.08.25

시골 똥 서울 똥

두 달 전 일본 야쿠시마에 갔을 때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그곳 산에서는 똥을 누면 비닐에 담아서 내려와야 했다. 화장실은 소변만 볼 수 있었다. 오염이 된다는 게 이유였지만 너무 깔끔을 떠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었는데 그건 지금도 변함이 없다. 우리나라의 잿간 같은 방식을 활용하면 굳이 똥주머니를 배낭에 담아야 하는 번거로움은 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전국귀농운동본부에서 일하고 계시는 안철환 선생이 쓴 순환 농업에 관한 책이다. 선생은 쓰레기가 만들어지지 않는 순환 농업에서 지속 가능한 삶을 찾는다. 똥과 음식물 찌꺼기, 잡초와 농사 부산물 등으로 퇴비를 만들어 농사를 짓고, 사람은 거기서 소출된 것을 먹고 살며, 나머지는 다시 경작지로 돌아간다. 근대적 농법 이전에 수천, 수만 년 동안 우리 선조들이 해..

읽고본느낌 2015.10.06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똥은 귀하게 대접받았다. 벌거숭이 아이들이 골목에다 똥을 누면 일차적으로 개들의 먹이가 되었고, 그렇지 않으면 지나는 어른들이 삽으로 떠다 거름에다 던져 넣었다. 오죽했으면 다른 집에 가더라도 똥은 내 집에 와서 누라는 말이 있었겠는가. 똥은 거름으로 되어 땅을 살찌우고 영양가 있는 먹을거리를 생산한다. 사람은 그 먹을거리를 먹고 다시 똥을 눈다. 옛날에는 그렇게 생태적으로 완벽한 순환계가 이루어졌다. 쓰레기나 폐기물이란 있을 수 없었다. 똥이 처치 곤란한 혐오물이 된 것은 도시가 발달하면서부터였다. 거리에 쌓이는 똥 때문에 하이힐이 생기고 향수가 생겼다는 설도 있으니 말이다. 결국 수세식 화장실이 발명되었지만 정화조와 하수처리장을 거치면서 소비되는 어마어마한 물과 환경오염을 생각..

길위의단상 2009.12.07

똥과 땅

모양이 닮은 글자는 필시 서로 어떤 연관성이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면, ‘사람’과 ‘사랑’, ‘님’과 ‘남’, ‘배우다’와 ‘비우다’ 같은 글자가 그렇습니다. 그런 글자 중에 ‘똥’과 ‘땅’이 있습니다. 우연히 닮았을 수도 있지만 똥이란 땅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서로가 닮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자연 듭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밥 먹고 똥 싸는 일에 다름 아닐 것입니다. 왕후장상도 하루 세 끼 밥을 먹어야 하고, 똥 싸고 뒤를 닦아야 하는 것은 시골 무지렁이들과 마찬가지입니다. 집어삼키기만 하고 내보내지를 못한다면 며칠을 못가 건강에 이상이 생기고 종내는 죽음으로 연결될 것입니다. 그것이 어떤 점에서는 탐욕스런 현대 문명을 닮았습니다. 끊임없이 먹어치우기만 하고 나눌 줄은 모르는 문명은 ..

참살이의꿈 2005.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