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목이 마르다는 것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눈부시다는 것
문득 어떤 멜로디를 떠올리는 것
재채기를 하는 것
당신 손을 잡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미니스커트
그것은 플라네타리움
그것은 요한 스트라우스
그것은 피카소
그것은 알프스
모든 아름다운 것을 만나는 것
그리고 숨겨진 악을 주의 깊게 거부하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울 수 있다는 것
웃을 수 있다는 것
화낼 수 있다는 것
자유라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지금 멀리서 개가 짖는다는 것
지금 지구가 돌고 있다는 것
지금 어딘가에서 병사가 상처 입는다는 것
지금 그네가 흔들리고 있는 것
지금 이 순간이 지나가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새는 날갯짓 한다는 것
바다는 일렁인다는 것
달팽이는 기어간다는 것
사람은 사랑한다는 것
당신 손의 온기
생명이라는 것
- 산다 / 다나카와 슌타로
어렵지도 기교를 부리지도 않는 시다. 일상의 소소한 면면을 보여줌으로써 살아 있다는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살아 있다는 것", 그 자체가 행복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려는 게 아닐까. 다나카와 슌타로는 1931년생으로 80대 중반의 나이지만 왕성한 시작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나라 신경림 시인과 시에 대한 대담집을 내기도 했다. 두 분은 현실 참여에서 차이가 있지만 비슷한 정서를 공유하는 것 같다. 다나카와 슌타로가 천진한 시심의 소유자라는 건 아래 시를 봐도 확인된다.
바퀴벌레 똥은 작아
코끼리 똥은 커다래
똥은 모양이 가지가지야
돌멩이같이 생긴 똥
볏짚같이 생긴 똥
똥은 색깔도 가지가지야
똥은 풀이나 나무를 자라게 해
똥을 먹는 벌레도 있어
아무리 예쁜 사람 똥도 냄새가 나
아무리 훌륭한 사람도 똥을 누지
똥아,
오늘도 힘차게 쑥 나와 줘
- 똥 / 다나카와 슌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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