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집 화단에는 채송화, 봉숭아와 함께 분꽃이 있었다. 옛날에는 흔하게 볼 수 있었는데 이제는 드물어졌다. 씨앗에서 나온 흰 가루를 옛 여인들은 화장품으로 썼다는데, 명칭 그대로 '분(粉)'꽃이 맞다. 재미있는 건 분꽃의 영어 이름이 'four o'clock'이라고 한다. 오후 4시가 되어야 꽃잎을 열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란다. 색깔이 너무 진해서 은은한 맛은 덜하지만 소박한 아름다움이 약간은 슬프기도 한 꽃이다. 해 질 무렵 장독대 옆 화단에 분꽃이 피면 이남박 들고 우물로 가던 그 여인이 보입니다 육십 년 전에 싸움터로 끌려가서 돌아오지 않는 정든 님을 기다리다가 파삭하게 늙어버린 우리 형수님 세월이 하 무정하여 눈물납니다 - 분꽃 / 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