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히트 5

브레히트는 이렇게 말했다

브레히트(Bertolt Brecht, 1898~1956)의 글은 묵직하다. 짧은 문장이라도 둔중한 펀치를 맞은 듯 울림이 있다. 하나를 오래 붙잡고 천착하기도 한다. 그동안은 짧은 경구나 몇 편의 시로밖에 만나지 못했지만 세상과 인간에 대한 통찰을 읽을 수 있었다. 예언자는 그 시대에 불편한 외침이 되어야 한다. 탄광 속 카나리아처럼 위기가 닥치기 전에 경고음을 보내야 한다. 이 둘 모두에 해당하는 브레히트는 예언자라 불러 마땅하다. 는 베르톨트 브레히트 전집에서 발췌한 글 모음집이다. 사랑, 정치, 예술, 자본, 삶의 지혜, 혁명 등 여섯 주제로 나누어 묶어져 있다. 부담 없이 읽으면서 그의 사상을 이해하는 데 작으나마 도움이 되는 책이다. 그중에서 눈에 띄는 몇 가지를 골라보다. 사랑 사랑이란 게 뭡..

읽고본느낌 2015.11.28

상어가 사람이라면

"만약 상어가 사람이라면 상어가 작은 물고기들에게 더 잘해줄까요?" K씨에게 주인집 여자의 딸아이가 물었다. 그는 "물론이지." 하고 대답했다. "상어가 사람이라면 작은 물고기들을 위해 바닷속에 거대한 우리를 짓도록 할 거야. 그 안에는 식물은 물론 동물까지 포함한 온갖 종류의 먹이를 넣어놓겠지. 상어들은 그 우리 안의 물이 항상 신선하게 유지되도록 할 것이고 온갖 위생 관리를 할 거야. 가령 작은 물고기 한 마리가 지느러미를 다칠 경우 즉시 붕대를 감아주겠지. 잡아먹기 전에 때 이르게 죽어나가면 안 되니까 말이야. 작은 물고기들이 우울증에 걸리지 않도록 가끔씩 커다란 수중 축제가 열리기도 할 거야. 우울한 물고기보다는 기분 좋은 물고기가 맛이 있거든. 그 커다란 우리 안에는 물론 학교도 있겠지. 이 학..

참살이의꿈 2015.11.18

배움을 찬양함 / 브레히트

배워라 단순한 것을 여러분들에게 여러분의 시대가 왔다 너무 늦는 법은 없는 것이다! 배워라 가나다라를 그것만으로는 양이 차지 않겠지만 우선 배워라!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그런 말일랑 하지 말고 시작해라! 여러분은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 여러분은 선두에 서야 한다 배워라 여인숙에 사는 사람들이여 배워라 감옥에 있는 사람들이여 배워라 부엌의 여자들이여 배워라 60세의 여인이여 여러분은 선두에 서야 한다 학교를 찾아라 집 없는 사람들이여 지식을 손에 넣어라 추위에 떠는 사람들이여 굶주린 사람들이여 책을 잡아라 손에 그것은 무기의 하나다 여러분은 선두에 서야 한다 동지여 질문하라 망설이지 말고 듣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말고 스스로 음미해 보라! 스스로 납득할 수 없는 것은 앎 속에 들어가지 않는다 감정서를 검..

시읽는기쁨 2015.10.19

후손들에게 / 브레히트

참으로 나는 암울한 세대에 살고 있구나! 악의 없는 언어는 어리석게 여겨진다. 주름살 하나 없는 이마는 그가 무감각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웃는 사람은 단지 그가 끔찍한 소식을 아직 듣지 못했다는 것을 말해 줄뿐이다. 나무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그 많은 범죄 행위에 관해 침묵하는 것을 의미하기에 거의 범죄처럼 취급받는 이 시대는 도대체 어떤 시대란 말이냐! 저기 한적하게 길을 건너는 사람을 곤경에 빠진 그의 친구들은 아마 만날 수도 없겠지? 내가 아직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믿어 다오. 그것은 우연일 따름이다. 내가 하고 있는 그 어떤 행위도 나에게 배불리 먹을 권리를 주지 못한다. 우연히 나는 해를 입지 않았을 뿐이다. (나의 행운이다 하면, 나도 끝장이다.) 사람들은 나에게 말..

시읽는기쁨 2004.05.01

미친 세상

시장을 지나가는데 두 사람의 대화가 귀에 들어왔다. "솔직히 우리나라에서 검은 돈 안 먹은 놈이 어디 있냐?" "나는 안 먹었다. 왜?" "넌 임마 능력이 없어서 그런 거야." 요사이는 9시 뉴스를 보기가 겁이 난다. 그런데 안 봐야지 하면서도 습관적으로 TV 앞에 앉게 된다. 하긴 언제 편하게 뉴스를 볼 때가 없었지. 무슨 대규모 스포츠 행사나 하면서 국민들 넋을 뻬놓고 열광시키기 전에는.... 어제는 일부러 MBC 뉴스를 보면서 보도 제목들을 적어 보았다. 삼성이 한나라에 준 불법 자금 170억 추가 확인 -- 불법 대선자금 청문회 -- 인간 배아 줄기세포 배양 성공 -- 땅 투기자 7만명 적발 -- 한국인 해외서 잇단 실종 -- 손자를 버린 비정한 할머니 -- 외출이 불안하다 -- 돈 뺏으러 살인 ..

길위의단상 2004.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