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 2

판쇠의 쓸개 / 정양

천생원네 머슴 하판쇠 덫에 걸린 멧돼지 배를 가르다가 주인영감 잡수실 쓸개를 제 입에 꿀꺽 집어삼키고 경상도 상주 어디서 새경도 못 받고 쫓겨온 노총각 나락섬을 머리 위로 훌쩍훌쩍 내던질 만큼 진창에 빠진 구루마도 혼자 덜컥덜컥 들어올릴 만큼 힘은 세지만 씨름판에서는 마구잡이로 밀어만 붙이다가 번번이 제풀에 나뒹구는 바봅니다 멧돼지 쓸개를 따먹어서 판쇠는 쓸개 빠진 짓만 골라서 합니다 조무래기들과 어울려 팽이 치다가 남의 논밭에서 일해주다가 주막에서 남의 술값이나 물어주다가 천생원에게 멱살 잡혀 끌려가는 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 새경 받고 솜리 장에 가서 제일 먼저 까만 금테 라이방을 샀다는데 동네 아낙들이 멋쟁이라고 추켜준 뒤로는 밤에도 그걸 걸치고만 다닙니다 천생원이 만경 사는 형님에게 생일선물 보내려..

시읽는기쁨 2013.10.30

아이고 문디야 / 권기호

태백산 돌기로 내려온 지판은 오래전 문경암층 방향 틀어 바람소리 물소리 이곳 음질 되어 영일만 자락까지 퍼져있었다 어메요 주께지 마소 나는 가니더 미친년 주것다 카고 이자뿌소 부푼 배를 안고 부풀게 한 사내 따라 철없는 딸은 손사래치며 떠나는데 아이고 저 문디 우째 살라 카노 아이고 저 문디 우째 살키고 인연의 삼배끈 황토길 놓으며 어메는 목젖 세하게 타고 있었다 호박꽃 벌들 유난스런 유월 느닷없이 남의 살 제 몸에 들어와 노을빛 먹구름 아득히 헤맨 딸에게 어메는 연신 눈물 훔치며 맨살 드러낸 산허리 흙더미 내리듯이 마른 갈대소리 갈대가 받듯이 토담에 바랜 정 골짜기에 쌓을 수밖에 없는데 세월 흘러도 신생대 암층 고생대 지층이 받쳐왔듯이 풍화된 마음 먼 훗날 만나게 되면 아이고 이 문디 우째 안죽고 살았..

시읽는기쁨 2009.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