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거정 2

한중(閑中) / 서거정

홍진에 묻혀 백발이 되도록 살아 왔는데 세상살이 가운데 어떤 즐거움이 한가로움만 같으리 한가로이 읊고, 한가로이 술 마시며, 한가로이 거닐고 한가로이 앉고, 한가로이 잠자며, 한가로이 산을 즐기네 白髮紅塵閱世間 世間何樂得如閑 閑吟閑酌仍閑步 閑坐閑眠閑愛山 - 閑中 / 徐居正 내 구미에 맞는 시지만 딴지를 걸어보련다. 유한계급의 한가한 삶이란 여러 하인과 노예의 희생이 있어 가능한 게 사실이다. 그들의 노동과 시중이 없다면 어떻게 이런 불한당 노릇을 할 수 있겠는가. 한가롭게 살고 싶건만 한가롭게 살 수 없는 사람들이 더 많다. 그들의 시간과 돈을 뺏은 특정 계층의 여가가 음풍농월을 낳고 아름다운 예술 작품을 만들었다. 과거의 거대한 유적이나 건물을 보고 감탄하면서도 마음 한 편이 불편한 이유다. 지금 우리..

시읽는기쁨 2015.02.11

안흥지 애련정

이천에 있는 안흥지(安興池)는 지역에서 안흥방죽으로 불리는 오래된 저수지다. 방죽은 방축(防築)이 순화되어 불리는 이름이다. 조선 세조 때 축조되었는데 우리나라 연못의 전형적인 모습인 사각형으로 되어 있다. 처음 만들어졌을 때 둘레 길이가 1250척(약 400m)으로 기록되어 있다. 안흥지는 질 좋은 이천 쌀을 생산하는 논에 물을 공급했다. 당시 조선시대 대신들은 안흥지 인근의 논을 소유하는 것을 영광으로 여겼다고 한다. 한때 수원 고갈로 폐허가 되었으나 10여 년 전에 복구공사를 벌여 옛 모습을 되찾은 유서 깊은 저수지다. 안흥지 한가운데 있는 작은 섬에 애련정(愛蓮亭)도 복원되어 있다. 애련정이 언제 세워졌는지는 분명치 않으나성종 5년(1474)에이천 부사 이세보(李世珤)가 중건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

사진속일상 2012.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