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에 응봉산이 있다. 봄이면 온통 개나리꽃으로 뒤덮이는 산이다. 산 위에서 노란 물감을 부은 듯 개나리가 만개하면 장관이다. 응봉산에는 개나리만 산다. 저절로 그리되었을 리는 없고, 인위적으로 가꾼 탓이다. 색다른 풍경이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자꾸 보면 뭔가 어색하다. 자연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여러 종류의 나무와 풀이 어울려 자라고 동물이 뛰놀아야 숲이다. '늑대가 없는 숲은 없다'라는 속담이 있다. 숲에는 토끼도 살지만 늑대도 산다. 그래야 숲이다. 우리는 종종 이 사실을 잊는다. 인간의 기준으로 호불호가 엇갈리고, 어떤 것은 배척하려 한다. 늑대는 인간에게 득보다는 실이 많은 동물이다. 밤에는 인가에 내려와 가축도 죽인다. 차라리 늑대가 없었으면 하고 바랄 수 있다. 그러나 늑대가 사라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