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 3

버릇 / 박성우

눈깔사탕 빨아먹다 흘릴 때면 주위부터 두리번거렸습니다 물론, 지켜보는 사람 없으면 혀끝으로 대충 닦아 입 속에 다시 넣었구요 그 촌뜨기인 제가 출세하여 호텔 커피숍에서 첨으로 선을 봤더랬습니다 제목도 야릇한 첼로 음악을 신청할 줄 아는 우아한 숙녀와 말이에요 그런데 제가 그만 손등에 커피를 흘리고 말았습니다 손이 무지하게 떨렸거든요 그녀가 얼른 내민 냅킨이 코앞까지 왔지만서도 그보다 빠른 것은 제 혓바닥이었습니다 - 버릇 / 박성우 위층에 사는 올빼미 덕분에 깜짝 놀라며 잠이 깼다. 자정이 갓 넘은 시간이었다. 이렇게 되면 잠잠해지는 2시까지는 쉬이 잠들지 못한다. 라디오를 틀었더니 진행자가 이 시를 소개해 주었다. 그래, 이런 재미있는 시를 만났으니 오늘밤은 올빼미도 용서해주마. 궁금한 건 첼로 아가씨..

시읽는기쁨 2022.03.31

어떤 나쁜 습관 / 복효근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거시기 슈퍼 아저씨와 엘리베이터를 타면 그는 자기 집 층수보다 한층 위에서 내려 계단을 내려간다 이유를 물으니 자기 집 앞에서 엘리베이터를 내리면 함께 탔던 모기들도 우르르 같이 내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모기가 들리지 않을 만한 소리로 복선생도 그렇게 해보라는 충고를 해준다 그 뒤로 나는 모기가 많은 여름날이면 부러 그 집 앞에서 엘리베이터를 내려서 두 층이나 걸어 올라간다 참 나쁜 습관이다 - 어떤 나쁜 습관 / 복효근 집으로 올라가려고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니 어떤 분이 문을 연 채 기다리고 있다. 감사한 눈인사를 하니, "뒤에 따라오시는 것 같아서..." 라며 수줍게 웃는다. 젊은 여성분이었다. 나는 엘리베이터를 탈 때 뒤에 사람이 따라오는 것 같으면 얼른 문을 닫아 버린다. 같..

시읽는기쁨 2013.12.04

용서할 수 없는 습관에서 떠나라

1년 가까이 목욕탕엘 안 가고 있다. 귀 안에 있는 염증 때문이다. 그동안 수없이 이비인후과를 들락거렸지만 완치되지 않았다. 낫는 것 같다가도 이내 재발한다. 귀에 물이 들어가면 아주 상극이다. 그래서 병원 치료보다는 내가 고쳐보자, 하고 목욕탕 출입을 끊었다. 병원에서 쓰는 적외선 온열기도 샀다. 집에서 샤워도 드물게 하지만, 하고 나면 적외선으로 귀를 말린다. 덕분에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목욕탕에 가질 않으니 때를 밀 일이 없다. 처음에는 몸에 뭐가 기어다니는듯 스물거렸으나 이젠 아무렇지도 않다. 도리어 때를 미는 게 이상해 보인다. 이태리 타올을 사용하는 게 기분은 개운하지만 피부에는 좋을 것 같지 않다. 도살장의 털 뽑힌 돼지처럼 때밀이 앞에 누워 있지 않아도 되니 좋은 점이 더 많다. 반대로 ..

참살이의꿈 2013.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