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32

수련

기회가 된다면 수련을 키워보고 싶다. 작은 연못을 하나 만들면 좋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입이 넓은 그릇에 물을 담고 수련을 띄워 거기에 작은 꽃이 피어난대도 좋겠다. 한여름의 물 위에 넓고도 여유롭게 떠있는 잎사귀는 거울처럼 윤기가 있고, 그 사이에 한두 송이 청초하게 피어있는 수련을 보면 온갖 마음의 시름이 다 잠들 것 같다. 그래선지 수련은 한자로 水蓮이 아니라 잠잘 수자로 된 睡蓮이다. 마음의 걱정과 시름을 잠재워 준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싶다. 수련을 키워본 사람의 얘기로는 수련의 지는 모습이 무척 예쁘다고 한다. 처음 꽃봉우리였을 때처럼 꽃잎을 여미고 나서는 소리도 없이 물 밑으로 자취를 감추는데, 그 마지막 모습이 그렇게 단아하고 우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상상으로만 그려 보는 것이지만 수련이..

꽃들의향기 2005.01.06

덕진 연꽃

전주에 간 길에 덕진공원에 들리다. 공원 안에 있는 넓은 호수에는 마침 연꽃이 만개해서 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올해는 긴 장마에 흐린 날이 계속되어 연꽃의 개체수가 적다고 하지만 그래도 외지인의 눈에는 여전히 장관으로 보인다. 하나가 주는 아름다움도 있지만 이렇게 수 많은 무리들이 어울려 만드는 아름다움도 있다. 연꽃이 주는 이미지는 역시 종교적이다. 꼭 불교를 상징하는 꽃이어서가 아니라 탁한 물과 짙은 색깔의 연잎을 배경으로 솟아올라 환하게 피어난 연꽃을 보노라면 그런 생각이 저절로 들지 않을 수가 없다. 연꽃에서는 침범할 수 없는 경건함과 고귀함이 느껴지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연꽃을 감상하는 사람들의 표정들도 아름답고 선한 기운으로 가득한 것 같다.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는 수녀님과 비구니 스님..

꽃들의향기 2004.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