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어지럽게 떨어진 길을 어미 염소가 타달거리며 가고 있다 그 뒤에는 새끼 두 마리가 아니 열 마리 스무 마리가 총총 따른다 우스꽝스러운 몇 가닥의 턱수염 같은 기침을 가끔씩 내뱉으며 간다 어디를 보더라도 새끼를 데리고 갈 힘이 어미 염소에게는 없다 그리하여 가던 걸음 멈추고 구치소의 아들을 면회하는 아버지 같은 얼굴빛으로 하늘을 쳐다본 뒤 다시 길을 간다 그림자가 그 어떤 길도 마다하지 않고 주인을 따르듯 옛날의 어미가 갔던 길을 따라 간다 어미 염소는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어떻게 가야 하는지 모른다 단지 새끼 두 마리가 아니 열 마리 스무 마리가 뒤 따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뿐 새끼들이 힘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을 뿐 - 염소 / 맹문재 인간이 가는 길도 염소의 길과 크게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