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야 24

논어[98]

자공이 말했다. "백성들에게 널리 은혜를 베풀어 그들을 구제할 수만 있다면 어떻습니까? 사람 구실을 한다고 할 수 있을까요?" 선생님 말씀하시다. "어찌 사람 구실만 한다고 할까! 그야 성인(聖人)이지! 요순 같은 분들도 그 일로 애를 태웠다. 대체로 사람 구실 하는 사람은 자기가 서고 싶으면 남을 세우고, 제 앞을 트고 싶으면 남의 앞길을 터준다. 제 앞장부터 잘 처리할 수 있는 그것이 사람 구실 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게다." 子貢曰 如有博施於民 而能濟衆 何如 可謂仁乎 子曰 何事於仁 必也聖乎 堯舜其猶病諸 夫仁者 己欲立而立人 己欲達而達人 能近取譬 可謂仁之方也已 - 雍也 24 "자기가 서고 싶으면 남을 세우고, 제 앞을 트고 싶으면 남의 앞길을 터준다[己欲立而立人 己欲達而達人]." 에서 내가 좋아하..

삶의나침반 2014.08.23

논어[97]

선생님 말씀하시다. "중용의 올바른 실천이란 지극한 것인가 보다! 사람들은 오래 오래 실천하지 못하거든." 子曰 中庸之爲德也 其至矣乎 民鮮久矣 - 雍也 23 고등학생일 때 윤리 선생님에게서 들은 비유가 생각난다. 중국에는 한쪽을 두껍게 만든 병이 있는데 물을 적게 넣으면 쓰러지고 많이 넣어도 쓰러진다. 적당히 물이 들어가야 바로 서는 병이다. 중용의 비유로 이 병을 말했는데,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상태가 중용이라는 뜻이다. 명쾌한 설명이었다. 그러나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중간 지대가 중용은 아닐 것이다. 공자는 중용의 덕이 지극하며 오래 실천하는 사람이 드물다고 했다. 심지어는 공자 자신도 중용을 실천하는 게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천하 국가를 고르게 다스리고, 높은 벼슬을 사양하고, 하얀 칼날을..

삶의나침반 2014.08.18

논어[96]

선생님이 남자 부인을 만난즉 자로가 언짢아했다. 선생님은 맹세하여 말씀하셨다. "내가 만일 만나지 않는다면 하늘이 나를 버릴 거야. 하늘이 나를 버릴 거야." 子見南子 子路不說 夫子矢之曰 予所否者 天厭之 天厭之 - 雍也 22 남자(南子)는 남자가 아니라 여자다. 위나라 영공의 부인인데 바람기가 있어 평판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영공의 총애를 받아 막후에서 권력을 행사했다. 그런 남자를 공자가 만나겠다고 하니 자로가 언짢아했다. 공자는 그래도 꼭 만나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하늘이 자신을 버릴 거라고까지 했다. 당시 상황을 모르고서는 이 내용의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다. 공자가 왜 굳이 반대를 무릅쓰고 만나려고 했는지 모르겠다. 분명 어떤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아마 이것이 공자와 남자의 첫 번째 만남은 ..

삶의나침반 2014.08.12

논어[95]

선생님 말씀하시다. "참된 인물은 널리 글공부를 하며, 예법으로 몸단속을 할 것이니, 그러므로 엇나가는 일이 좀처럼 없을 것이 아니냐!" 子曰 君子博學於文 約之以禮 亦可以弗畔矣夫 - 雍也 21 문(文)과 예(禮)는 군자됨의 두 축이다. 문이 지(知)라면, 예는 행(行)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앎과 실천의 조화를 말한 것으로 이해한다. 늘 강조되는 것이지만 우선 사람되는 공부가 필요하다. 사람 공부에는 한 분야만 정통한 전문가가 아니라 통섭의 인문학적 정신이 요구된다. 세상의 이치와 사람이 살아가야 할 도리를 궁구하는 것이 공부다. 그 뒤에는 실천이 따라야 한다. 공자가 약례(約禮)를 말한 건 참된 인물로 살아가는 행동 양식을 규정하는 것이 예이기 때문이다. 공부와 삶이 나란히 박자를 맞추고 나아갈 ..

삶의나침반 2014.08.07

논어[94]

재아가 물었다. "사람 구실하는 사람은 '함정 속에 사람이 빠졌습니다' 하면은 뛰어듭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왜 그렇기야 할라구! 참된 사람은 가보기는 하겠지만 풍덩 빠지지는 않을 거다. 둘리는 수도 있지만 속아 떨어지지는 않지." 宰我問曰 仁者雖告之曰 井有仁焉 其從之也 子曰 何爲其然也 君子可逝也 不可陷也 可欺也 不可罔也 - 雍也 20 원문은 '우물에 인(仁)이 있다면'인데, 번역은 '함정 속에 사람이 빠졌다면'으로 되어 있다. '인'으로 보면 철학적인 질문이고, '사람'으로 보면 구체적인 상황이 된다. 어찌 되었든 재아의 질문은 교묘하다. "우물 속에 사람이 빠졌는데 인자(仁者)라면 뛰어듭니까?" 뛰어든다고 해도, 안 뛰어든다고 해도 꼬투리를 잡힐 것 같은 질문이다. 군자의 행동은 이성적이고 합리..

삶의나침반 2014.07.29

논어[93]

선생님 말씀하시다. "술잔이 술잔답지 않으면 술잔일까! 술잔일까!" 子曰 고不고 고哉 고哉 - 雍也 19 이 말은 사람이 사람답지 못함에 대한 공자의 한탄일 것이다. 어느 날 제나라 경공이 나라를 잘 다스리는 길에 대해 물었을 때,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며,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비는 아비다워야 하며, 자식은 자식다워야 합니다[君君 臣臣 父父 子子]." 공자가 강조하는 것 중 중요한 것이 이 '~답다'이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이름에 걸맞은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가 있는 것이다. 각자가 자신의 길을 성실히 걸어간다면 나라는 저절로 바로 서게 된다. 이것이 공자의 도덕정치다. 그러나 지배층은 '답다'는 걸 오용하여 피지배 계급이 순종적이고 고분고분하게 만드는 데 이용한다. 전 ..

삶의나침반 2014.07.23

논어[92]

선생님 말씀하시다. "지혜 있는 이는 물을 즐기고, 사람다운 이는 산을 즐긴다. 지혜 있는 이는 서성거리고, 사람다운 이는 고요하다. 지혜 있는 이는 경쾌하고, 사람다운 이는 장수한다." 子曰 知者樂水 仁者樂山 知者動 仁者靜 知者樂 仁者壽 - 雍也 18 지혜 있는 이의 특징은 물[水], 움직임[動], 즐김[樂]이고, 사람다운 이의 특징은 산[山], 고요함[靜], 장수[壽]다. 물과 산의 이미지가 지(知)와 인(仁)으로 잘 연결된다. 굳어져 고여 있으면 지혜라 할 수 없다. 또한 인은 산처럼 움직임이 없다. 감히 내 경우에 적용시키면 나는 지(知)보다는 인(仁)의 성향을 많이 갖고 있는 것 같다. 물보다는 산, 움직임보다는 고요함을 좋아하는 안정적인 성향이 그렇다. 주변의 사람을 지자와 인자로 구분해 보는..

삶의나침반 2014.07.15

논어[91]

번지가 지혜에 대하여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백성들의 옳은 사람 노릇에 철저하며, 귀신은 공경할 뿐 이를 멀리하면 슬기롭다 하겠지." 사람 구실에 대하여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사람 구실하는 사람은 어려운 일은 도맡고, 이익은 남에게 돌리니, 그러면 사람답다고 할 수 있겠지." 樊遲問知 子曰 務民之義 敬鬼神而遠之 可謂知矣 問仁 曰 仁者 先難而後獲 可謂仁矣 - 雍也 17 지(知)와 인(仁)에 대한 공자의 답변이다. 물론 제자 번지에 해당하는 맞춤 대답일 것이다. 공자의 말을 분석해 보면 제자가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파악할 수 있다. '귀신을 공경할 뿐 멀리하면 슬기롭다'는 말은 공자의 현실적 세계관을 보여주는 것 같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인정하고 존중하되 허무맹랑한 미신은 배격해야 한..

삶의나침반 2014.07.09

논어[90]

선생님 말씀하시다. "중 이상이 되는 사람에게는 수준 높은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중 이하의 사람에게는 수준 높은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子曰 中人以上 可以語上也 中人以下 不可以語上也 - 雍也 16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이 생각난다. 무지를 깨우치는 스승의 역할은 아이가 나오는 걸 도와주는 산파와 비슷하다. 아이를 배지도 않았는데 낳게 할 수는 없다. 공자 말씀도 비슷하다. 교육에 임하는 피교육자의 자세나 자질이 중요하다는 걸 말하는 것이다. 말을 강가까지 끌고 갈 수는 있지만 말에게 물을 먹일 수는 없다. 책상 앞에 붙들어 놓는다고 교육이 되는 것은 아니다. 교육 현장에 있어 본 사람이라면 이를 실감한다. 학생의 자질이나 열성과 교사의 인도가 맞아 떨어질 때 교육의 결실이 맺힌다. 이상적인 스승과 제..

삶의나침반 2014.07.04

논어[89]

선생님 말씀하시다. "안다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거워하는 것만 못하지." 子曰 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 - 雍也 15 니체는 인간 정신이 성숙하는 세 단계를 설명하면서 낙타, 사자, 어린아이의 비유를 사용했다. 낙타는 노예 정신, 사자는 자유 정신, 어린아이는 이 모든 것에서 초극되고 해방된 의식을 나타낸다. 단순히 안다는 것에 머무는 건 지식에 얽매인 상태다. 자유로운 사자의 정신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나 모든 것이 만족하고 더 바랄 것이 없는 어린아이의 행복과 즐거움이야말로 완전한 경지다. 본래의 순진무구로 돌아가야 한다. 공자나 니체나 인간 완성에 대해 같은 말을 하고 있다고 본다. 일할 때도 마찬가지다. 마지못해 하는 사람이 있고, 좋아해서 하는 사람이 있고, 즐기..

삶의나침반 2014.06.28

논어[88]

선생님 말씀하시다. "사람은 날 때부터 곧은 것이다. 속임수로 살아나는 것은 요행으로 화를 면하는 거야." 子曰 人之生也直 罔之生也 幸而免 - 雍也 14 "성선설은 맹자, 성악설은 순자", 고등학교 다닐 때 열심히 외워서 지금도 뇌리에 박혀 있다. 사람은 날 때부터 곧은 것이라는 말씀을 보니 공자도 굳이 분류한다면 성선설에 속해 보인다. 사람은 천성이 곧게 되어 있으니 바르게 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속임수를 부리면서도 잘 사는 것은 요행으로 화를 면한 경우라고 한다. 그러나 세상은 반대로 되어 있다. 공자라고 그걸 모를 리 없다. 더구나 공자 시대는 온갖 패악이 행해지던 춘추전국 시대가 아니었던가. 불의와 술수가 지금보다 더했을 것이다. 그런대로 공자의 언명은 시류를 벗어나서 원칙적이다. 인간이 가야..

삶의나침반 2014.06.24

논어[87]

선생님 말씀하시다. "바탕이 맵시보다 나으면 촌뜨기, 맵시가 바탕보다 나으면 글친구, 바탕이나 맵시가 한데 어울려야 훌륭한 인물일거야." 子曰 質勝文則野 文勝質則史 文質彬彬 然後君子 - 雍也 13 군자는 바탕과 맵시가 어울려야 한다[文質彬彬]. 문(文)과 질(質), 어느 한쪽에 치우치는 것은 이상적인 인간의 모습이 아니다. 바탕이 중요한 건 당연하지만 맵시도 무시하지 않는다는 데서 공자의 특징을 볼 수 있다. 현실주의적 인간관이다. 아무리 바탕이 훌륭하고 속이 차 있어도 맵시가 떨어지면 인정받기 어렵다. 세상 속을 살아가자면 어느 정도 맵시도 갖추어야 한다. 아마 다른 현인들 같았으면 맵시보다는 바탕의 우위를 강조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공자의 말씀은 독특하게 들린다. 그러나 뜀박질에 자신이 없는 사람..

삶의나침반 2014.06.16

논어[86]

선생님 말씀하시다. "누구나 들고 날 때 문을 거치지 않을까마는 왜 이 길로 가려고 하지 않을까?" 子曰 誰能出不由戶 何莫由斯道也 - 雍也 12 노자도 비슷한 안타까움을 보였다. "내 말은 알기도 그지없이 쉽고 실행하기도 그지없이 쉬운데 세상 사람들 도무지 알지도 못하고 실행하지도 못합니다[吾言甚易知 甚易行 天下莫能知 莫能行]." 예수도 얼마나 답답했으면, "들을 귀가 있는 사람은 들으십시오."라고 했을까. 거의 모든 선각자들이 이런 류을 탄식을 했다. 사람들이 응당 가야 할 길을 버려두고 삿된 길을 가는 게 그분들에게는 안타깝고 답답했을 것이다. 부처의 화택(火宅) 비유도 마찬가지다. 집에 불이 났는데, 아무리 밖에서 불이 났다고 외쳐도 안에 있는 사람은 그 말을 믿지 않고 나오질 않는다. 부처가 중생..

삶의나침반 2014.06.05

논어[85]

선생님 말씀하시다. "축타 같은 말재주나 송조 같은 미남이 아니고서는 요즘 세상에서는 살기 어려울 거야!" 子曰 不有祝타之녕 而有宋朝之美 難乎免於今之世矣 - 雍也 11 말을 곱게 하거나 얼굴이 예뻐 다른 사람의 호감을 사는 건 좋은 일이다. 그러나 지나쳐서 겉치레에만 신경을 쓰게 되면 샛길로 드는 것이다. 문(文)과 질(質)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공자의 말씀은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는 주의로도 들린다. 사람됨의 바탕을 보지 않고 멋지다거나 재미있다거나 하는 데 홀려 배우자를 선택했다가 후회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문이 질을 이길 수는 없다. 공자가 말한 '요즘 세상', 이천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세상은 비슷한가 보다.

삶의나침반 2014.05.31

논어[84]

선생님 말씀하시다. "맹지반은 뽐내지 않는다. 도망칠 때 뒷처리를 맡고, 성문으로 들어와서는 말에 채찍질을 하면서 말하기를 '뒷처지자고 해서 처진 것이 아니라, 요놈의 망아지가 달려 주어야지!'라고 하였다." 子曰 孟之反不伐 奔而殿 將入門 策其馬 曰 非敢後也 馬不進也 - 雍也 10 겸손의 모범을 보여주는 맹지반(孟之反)의 행동이다. 맹지반은 후퇴하는 군대의 뒤를 맡아 아군을 안전하게 성 안으로 들여보낸 후 제일 늦게 돌아왔다. 그리고 하는 말이, 일부러 뒤처진 것이 아니라 말이 달려주지 않아서 그랬단다. 자신의 용맹과 희생정신을 자랑할 만도 하건만, 말에게 핑계를 대며 먼저 도망간 사람들을 미안하게 만들지 않는다. 배려와 겸양의 마음씨가 가상하다. 반면에 세월호 선장 같은 행동도 있다. 그는 혼자 살기 ..

삶의나침반 2014.05.24

논어[83]

자유가 무성 지방 원이 되었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너는 쓸 만한 사람을 만났느냐?" "담대멸명이란 사람이 있는데, 샛길은 걷지도 않고, 공사가 아니면 방에 들어오는 일이 없습니다." 子游爲武城宰 子曰 女得人焉爾乎 曰 有澹臺滅明者 行不由徑 非公事 未嘗至偃之室也 - 雍也 9 요사이 공직자가 욕을 많이 먹고 있지만, 정도(正道)에서 벗어나지 않고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도 있다. 모두가 사리사욕만 챙기는 건 아니다. 출세지향적이고 높은 자리를 좋아하는 인간들이 욕심을 부리다가 지탄을 받는다. 담대멸명 같은 정직한 사람을 중용하는 것이 지도자가 갖춰야 할 득인(得人)의 조건이다. 요령과 편법 대신에 정직과 성실이 우선 가치가 되어야 한다. 공사가 아니면 상사와 만나지 않을 정도로 공과 사에 엄격한 담대멸명..

삶의나침반 2014.05.18

논어[82]

선생님이 자하더러 말씀하시다. "너는 참된 학자가 되어야지, 하찮은 학자는 되지 말라." 子謂子夏曰 女爲君子儒 無爲小人儒 - 雍也 8 유자(儒者)에도 두 종류가 있다. 참사람이 되기 위한 공부를 하는 것이 군자유(君子儒)요, 자신의 영달과 재물을 좇는 공부를 하는 것은 소인유(小人儒)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옛날에도 인간이 되기 위한 공부를 하는 사람이 적으니까 이런 공자의 말씀이 전하는 것이겠다. 공자에게 '학(學)'이란 사람이 되는 길에 다름 아니었다. 이 기준에서 보면 현재의 학교란 소인양성소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교훈이나 교육 목표를 보면 그럴 듯하지만 겉으로 내세우는 것일 뿐 실제 행해지는 내용은 딴판이다. 명분과 속알이 일치하는 않는 교육은 가짜다.

삶의나침반 2014.05.11

논어[81]

염구가 말했다. "선생님의 교훈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힘이 모자라는 탓입니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힘이 모자라면 중도에서 쓰러지는 법이야. 지금 너는 미리 그만두는 셈이거든." 염求曰 非不說子之道 力不足也 子曰 力不足者 中道而廢 今女획 - 雍也 7 마라톤 대회에서 꼴찌로 들어오더라도 박수를 받는 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한 노력 때문이다. 염유는 달려보지도 않고 미리 주저앉아서 스승에게 꾸중을 듣고 있다. 선생님의 가르침은 좋지만 실천하기에는 힘이 부친다. 흔히 이런 식의 말을 자주 하고 듣는다. 역부족은 핑계일 뿐, 실은 실천할 마음이 없는 것이다. 노자도 비슷한 말을 했다. "내 도는 알기도 쉽고 실천하기도 쉽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도무지 알지도 못하고 실천하려고도 않는다." 이는 예수..

삶의나침반 2014.05.04

논어[80]

선생님 말씀하시다. "잘났구나! 회야말로. 한 그릇 밥, 한 종지 물로 움막살이를 하게 되면, 사람들은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련만, 회는 즐거운 모습에 변함이 없으니, 잘났구나! 회야말로." 子曰 賢哉 回也 一簞食一瓢飮 在陋巷 人不堪其憂 回也 不改其樂 賢哉 回也 - 雍也 6 보통 사람에게 가난이 닥치면 괴로움[憂]에 힘들어하지만, 안회는 즐거움[樂]을 변치 않았다. 물질적인 부(富)와 빈(貧)에 마음이 휘둘리지 않는 경지에 이른 것이다.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삶이다. 도가(道家)식으로 말하면 안회는 무위(無爲)의 삶을 실천했다고 할 수 있다. 에서는 마음공부를 공자와 안회의 대화를 통해 설명한다. 장자의 핵심 사상이 유가의 대표적인 두 인물을 등장시켜 설명하는 게 흥미로운데, 허자심재(虛者心齋), 비우는 ..

삶의나침반 2014.04.27

논어[79]

계강자가 묻기를 "중유에게는 정사를 맡겨도 좋을까요?" 선생님 말씀하시다. "유는 배짱이 있으니 정사를 맡겨도 문제가 없습니다." "사에게 정사를 맡겨도 좋을까요?" "사는 사리에 통달하니 정사를 맡겨도 문제가 없습니다." "구에게 정사를 맡겨도 좋을까요?" "구는 재주가 뛰어나니 정사를 맡겨도 문제가 없습니다." 季康子問 仲由可使從政也與 子曰 由也果 於從政乎何有 曰 賜也可使從政也與 曰 賜也達 於從政乎何有 曰 求也可使從政也與 曰 求也藝 於從政乎何有 - 雍也 5 여기에 등장하는 중유[자로], 사[자공], 구[염유]는 공자 문하생 중에서도 수제자에 속한다. 권력자인 계강자의 질문에 공자는 모두가 자질이 뛰어나니 정사를 맡겨도 충분하다고 대답한다. 공자의 말에는 각 제자의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자로는..

삶의나침반 2014.04.21

논어[78]

선생님 말씀하시다. "회는 석 달을 두고도 사람다운 마음씨를 변함이 없건만, 다른 사람들이야 겨우 하루 동안 또는 한달 동안 될까 말까지." 子曰 回也其心 三月不違仁 其餘則日月至焉而已矣 - 雍也 4 공자의 안회 사랑은 각별하다. 다른 제자들이 시기할 만도 하건만 그런 기록은 보이지 않는다. 안회는 그만큼 특별한 제자였다. 석 달 동안 '사람다운' 언행을 지켰다는 것은 이미 인(仁)이 내면화되어 있다는 뜻이다. 억지로 지켜보려고 여러 날 애쓰는 다른 제자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하늘로부터 성인의 기질을 타고난 사람이 안회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공자도 자신의 학문과 도(道)를 계승할 제자로 안회를 마음에 두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안회는 안타깝게도 31세에 세상을 떠났다. 스승의 슬픔이 어떠했을지 짐작할 수..

삶의나침반 2014.04.11

논어[77]

원사가 사무장이 되어 받는 봉급이 900이라 사양한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그럴 것 없지. 네 이웃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면 되지 않나!" 原思爲之宰 與之粟九百 辭 子曰 母 以與爾隣里鄕黨乎 - 雍也 3 원사(原思)는 공자 제자인 원헌(原憲)으로 자가 자사(子思)다. 안회와 더불어 청빈을 실천한 제자로 알려져 있다. 그런 원사가 관직을 얻고 봉급을 받았는데 이마저도 사양했다. 공자는 그럴 것까지는 없다고 말한다. 정당한 보수는 받은 뒤에 네 이웃을 위해 쓰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봉급을 받지 않으려는 마음씨는 갸륵하다. 그러나 임의로 나라의 정해진 규정을 따르지 않는 건 질서를 흐트러뜨리는 행위다. 공자를 보수주의자로 본다면 이런 해석이 가능하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공자는 아무리 좋은 선행이라도 드러나..

삶의나침반 2014.04.04

논어[76]

자화가 제나라로 사신 갈 때 염선생이 그의 어머니를 위하여 식량을 청한 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한 가마니쯤 보내지." 좀 더 청한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한 섬쯤 보내렴." 염선생이 열 섬의 곡식을 보냈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적이 제나라로 갈 제 살찐 망아지를 타고 가벼운 털옷을 입었다. 나는 들었다. '참된 인간은 급한 경우를 모면할 뿐 재물을 늘리지 않는다'고." 子華 使於齊 염子 爲其母請粟 子曰 與之釜 請益曰 與之庾 염子與之粟五秉 子曰 赤之適齊也 乘肥馬 衣輕구 吾聞之也 君子周急 不繼富 - 雍也 2 자화가 제나라에 사신 가는 대가로 염선생이 공자에게 곡식을 청했다. 염선생은 공자가 주라고 하는 것보다 열 배나 더 많은 양을 자화의 집에 보냈다. 제멋대로 한 제자에게 공자는 언짢았을 것이다. ..

삶의나침반 2014.03.27

논어[75]

애공이 물었다. "학문을 좋아하는 제자는 누구입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안회란 애가 있어 학문을 좋아했지요. 가난 속에서도 투덜대는 일이 없었고, 허물도 두 번 다시 짓는 일이 없더니, 불행히도 일찍 죽고 시방은 없습니다. 아직은 학문 좋아한다는 애의 이야기를 못 듣고 있습니다." 哀公問 弟子孰爲好學 孔子對曰 有顔回者好學 不遷怒 不貳過 不幸短命死矣 今也則亡 未聞好學者也 - 雍也 1 이번에는 애공이 호학(好學)에 대해 묻는다. 호학이 배움을 좋아한다는 의미를 넘어 삶으로 실천해야 하는 것임을 공자의 대답에서 다시 확인한다. 공자는 안회를 떠올리며 호학하는 사람의 두 가지 특징을 말한다. '불천노(不遷怒)'는 화를 다른 대상에게 옮기지 않는다는 뜻이다. 소인은 계속해서 투덜대고 화풀이를 한다. 마당의 ..

삶의나침반 2014.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