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 3

노매드랜드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을 받은 영화다. '노매드랜드(Nomadland)'는 '유목민의 땅'으로 번역할 수 있겠다. 자본주의 미국의 어두운 이면을 보여주는 영화다. 여자 주인공인 펀은 석면 원료를 생산하는 탄광이 문을 닫으면서 수입이 끊기고 집까지 잃는다. 2008년 미국의 경제 위기는 우리나라 IMF처럼 많은 사람들을 길거리로 내몰았다. 밴에 살림살이를 싣고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며 단기 일자리를 얻으면서 살아간다. 현대판 유목민의 삶이다. 그렇다고 펀이 절망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처지의 이웃들을 만나면서 서로 아픔을 공유하고 도와주며 꿋꿋하게 살아낸다. 무리를 이끌고 지도하는 밥 웰스를 비롯해 영화에 나오는 인물 다수는 배우가 아닌 실제 유목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읽고본느낌 2021.05.23

유목주의는 침략주의다

천규석 선생의 글은 강력한 생태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환경 근본주의자로 오해받게 생겼다. 시장과 함께 세금과 국가가 작아져야 하고 궁극에는 없어져야 할 대상으로 보는 점에서 선생은 아나키스트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대 문명의 병폐가 땜질 처방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걸 생각할 때 근본을 도려내는 외과수술을 해야 한다는 선생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선생의 비판에는 소위 진보라 불리는 사람들도 예외가 없다. 한때 반독재 민주화운동을 하다 제도정치권이나 시민운동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사람들 대부분이 선생의 관점에서는 비판과 부정의 대상이다. 이 책 의 제1부 '꼴불견 세상'에서는 구체적으로 김지하, 박원순, 고은, 유홍준, 노무현 등이 거론된다.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이들의 또 다른 모습을 본다. 얼마 전에 ..

읽고본느낌 2014.11.17

앉아서 유목하기

‘유목(遊牧)’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거처를 정하지 않고 물과 목초를 따라 소, 양, 말 등의 가축을 몰고 다니며 하는 목축이라 나와 있고, ‘유목민(遊牧民)’이란 유목을 하면서 이동생활을 하는 민족으로 되어 있습니다. 유목민은 한 곳에 머물지 않으면서 항상 새로운 삶의 조건을 찾아 움직이기 때문에 한 곳에 뿌리를 박고 살아가는 정착민과 대비됩니다. 요즈음 유목(nomad)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나온 어떤 책 표지에는 ‘우리는 유목하는 행복 게릴라 부부’라는 부제가 붙어 있었는데, 유목이라는 말이 무척 낭만적으로 이해되었습니다. 과거에는 정착민과 유목민의 구분이 뚜렷했으나 정착민에 의해 현대문명이 건설된 후 유목민의 존재는 거의 잊혀졌습니다. 실제 사막이나 고산지대 등에 남아있는 유목민의 ..

참살이의꿈 2006.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