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시절, 나는 은근슬쩍 당신에게 여보라고 불러봐 했더니 그 말이 어색했던 당신은 여보를 거꾸로 바꿔서 보여? 라고 묻고는 딴청을 피웠다 나는 느닷없는 물음에 당황스럽기만 했는데 그런 내 마음을 알아챈 당신은 나지막하게 사랑해라고 했다 결혼을 앞두고 사소한 이유로 다투던 날 당신은 내가 되어도 내가 아니 되어도 괜찮다고 했는데 나는 먹먹해져서 당신이 아닌 다른 누구도 아니 된다고 당신이어야만 한다고 소리쳤다 당신은 내 마음이 보여? 라고 묻고는 뒤돌아섰다 나는 눈을 감고 사랑해라고 속으로 속으로 되뇌었다 당신은 이 세상 기꺼이 나와 함께 살겠다고 했다 깜깜한 나에게 전부를 보여준 당신 당신은 겨울 꽃처럼 단아한 신부가 되었고 나는 잘 보이지 않는 어둔 세상에 살지라도 당신이 내민 손을 꼬옥 붙잡고 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