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슬픔을 팔아서 조그만 꽃밭 하날 살까 이 슬픔을 팔면 작은 꽃밭 하날 살 수 있을까 이 슬픔 대신에 꽃밭이나 하나 갖게 되면 키 작은 채송화는 가장자리에 그 뒤쪽엔 해맑은 수국을 심어야지 샛노랗고 하얀 채송화 파아랗고 자줏빛 도는 수국 그 꽃들은 마음이 아파서 바람소리 어느 먼 하늘을 닮았지 나는 이 슬픔을 팔아서 자그만 꽃밭 하날 살꺼야 저 혼자 꽃밭이나 바라보면서 가만히 노래하며 살꺼야 - 이 슬픔을 팔아서 / 이정우 슬픔이 얼마나 진했으면 시인은 슬픔을 팔아 꽃밭 하나 사고 싶다고 했을까? 슬픔을 살 사람은 없으니, 슬픔이 팔릴 리가 없다는 걸 시인도 잘 알 것이다. 슬픔을 팔겠다는 건 슬픔과 함께 하겠다는 다른 표현이 아닐까. 이때의 슬픔은 처음의 비탄이 아니라, 고운 꽃으로 승화된 슬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