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라는 계절은 하늘과 땅 사이에서 가장 진한 향기가 나는 방대한 한 권의 책 이 책을 펼쳐보지 않으시렵니까? 잔설이 애처로이 새하얗게 반짝이고 냉잇국 향내 스며도는 그런 이야기들이 송사리떼 희살대는 실개울처럼 흐르기도 한다네요 아니 봄풀, 봄꽃들이 다투어 태어나 한바탕 어울어지는 봄빛 속을 봄바람이 불어대니 처녀애들 치맛자락 들치듯 한 장 한 장 책장이 저절로 넘겨집니다 그럴 때마다 봄향기 풀풀거리네요 봄 내내 집을 비우고 봄나들이 해도 집에서 쫓겨나지도 않을걸요 평생에 이런 봄 백 번쯤 온답디까? 그러니 봄이라는 책 속에 묻히지 않으시렵니까? 그런 봄기운에 그냥 몸을 맡기지 않으시렵니까? 그냥 봄잠에 취해보지 않으시렵니까? 눈을 감아도 그냥 보이는, 봄이란 책 속에 취하지 않으시렵니까? - 봄 /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