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는 씨를 날려 보내기 위해 날개를 단다. 억새의 하얀 깃털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만큼 가을의 정취를 표상하는 것도 없다. 잎과 줄기가 부딪치며 서걱대는 음향효과가 더해진다. 억새, 참억새, 물억새, 금억새, 가는잎억새 등 종류도 여럿이다. 억새와 갈대를 구분 못하는 사람도 있는데, 너무 세세히 나누는 건 전문가에게 맡기고 그냥 억새라고 통칭해도 무방할 것 같다. 집 주위를 산책하다가 만난 억새를 좀 색다르게 표현해보려 했다. 똑딱이를 가지고 이 정도 찍은 것에 만족한다. 가을볕 따사로운 오후의 언덕에서 억새를 바라본다. 억새는 달빛보다 희고, 이름이 주는 느낌보다 수척하고, 하얀 망아지의 혼 같다. 가을 하늘이 아무런 울타리 없이 넓다. 쇄락한 무형(無形)의 놀이터라고 할까. 바람이 잠시 불더니 다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