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경 2

솔깃 / 최재경

읍내 다방이 신장개업을 하면서 마담도 새로 오고 배달하는 아가씨도 둘이나 따라온다는 소문이 돌았다 스무 개가 넘는 마을로 순식간에 번졌다 모두 솔깃하였지만, 그 놈의 체면 때문에 내놓고 좋아라 하는 눈치는 뒤로 꿍쳤다 스피커소리가 밖에서도 들리게 뽕짝으로 조지는 관광버스 막춤 음악이 흘러나왔다 화환인지 꽃다발인지 화사하게 차려입은 여자들이 위아래를 흔들려 차를 날랐다 젊은 것들은 가겟방에서 노닥거리며 해가 식기를 기다렸고, 나잇살이나 있는 이들은 둘러앉아 내가 누구이며 어디 사는 거시기고 머시기 타령이다 뻔한 뻥튀기로 자기소개를 했다 그럴 때마다 여자들은 착 달라붙어 시키지도 않은 비싼 쌍화차나 칡즙을 저희들 맘대로 시켜먹었다 해거름이 되어서야 하나 둘씩 일어선다 무슨 미련이 남았는지 자꾸 뒤를 돌아다보..

시읽는기쁨 2015.10.05

딱 / 최재경

아버지는, 밥상머리에서 밥을 복 나가게 먹는다고 수저로 대갈빡을 때렸다 말로 해도 될 것을 쳐다보았더니, 대든다고 또 때렸다 "딱" 어지간히 익은 소리가 났다 엄마도 모르게 은수저를 내다버렸다 다음날도, 지금까지도 아무도 더는 물어보지 않았다 열대여섯쯤 되던 해였다 지금도, 그 자리를 만져보면 대갈빡에서 "딱" 소리가 난다 복이 나갔는지 들어왔는지 알 수가 없다 - 딱 / 최재경 맛있게 밥을 먹는 자식 쳐다보는 것만큼 큰 기쁨도 없다. 부모의 마음이다. 나 역시 자식 키울 때 그랬다. 자주 야단친 게 아이들의 식사 태도였다. 젓가락으로 밥알을 세며 밥을 먹는다든지, 꼭 한 숟가락을 남기는 버릇 등, 속이 상한 게 많았다. 어느 날은 이 시에 나오는 아버지가 되었다. 가끔 아내가 그때의 사건을 상기시켜 준..

시읽는기쁨 2014.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