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어머니는 마당에 있던 화분을 가마솥 둘레에 옮겨 놓으셨다. 아침저녁으로 불을 때기 때문에 따스한 곳이다. 그중에서 팬지가 철을 잊고 꽃을 피웠다. 팬지(Pansy)는 이른 봄에 피어나 도시를 예쁘게 꾸민다. 화단이나 화분에 심어진 팬지가 도시의 거리를 장식하면 봄이 오는 것이다. 그런데 늦가을에 만나는 팬지는 색다르다. 부엌의 열기를 봄 햇볕으로 착각했는가 보다. 광주 집 베란다에도 봉숭아가 거의 한 달간 피어 있다가 이제 시들었다. 얘들을 보면 꽃을 피우고 씨를 맺어야겠다는 열망으로 가득한 것 같다. 하긴 사람이라고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다만 사람이 피우는 꽃은 눈에 직접 보이지 않을 뿐이다. 나를 보아주세요, 하며 여기저기서 꽃들이 피어난다. 이 블로그 역시 그런 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