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리고 바람 부는 날, 퇴근길에 불현듯 방향을 돌려 행주산성에 들렀다. 평일 저녁에 가까운 시간이라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경내는 호젓했다. 여기는 옛 신라시대 때의 토성 흔적도 남아 있다. 한강에 인접하고 남북을 오가는 통로의 중심지여서 누가 보아도 전략적 요충지임을 알 수 있다. 낮으막한 산 꼭대기에 서면 사방의 전망이 시원하다. 정상의 느티나무 아래에 있는벤치에서는남쪽 방향으로 서울을 내려다보며 쉬기에 좋다. 강변북로를 오가는 자동차 소음만 뺀다면 나무랄 데 없는 장소다. 여기서 한참을 앉아 있었다. 하늘은 구름으로 가득했고 바람은 서늘했다. 날씨는 급전직하로 변해서 순간적으로 가을이 찾아온 듯했다. 내가 기다리는 것이 무엇이지? 허기진 듯한 이공허함의 정체는 무엇이지? 그가 그리워서 그런 것 같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