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었을 때 읽었던 느낌은 어슴푸레하다. 고기와의 사투 장면만 남아 있는 걸 보니 그 부분이 제일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이번에는 체념이랄까, 자연과 인생을 대하는 노인의 마음이 각별히 다가온다. 산티아고 노인에게 자연은 정복 대상이 아니라 친구며 형제다. 삶의 터전인 바다도 여성성을 가진 존재로 인식한다. 며칠 동안 청새치와 밀고 당기는 싸움을 벌이지만 바탕에는 생명에 대한 연민이 깔려 있다. 배로 찾아온 휘파람새나 거북을 대하는 마음도 마찬가지다. 삶의 현장으로서의 바다는 사납고 거칠지만 삶을 대하는 마음은 따스하다. 고기를 잡으러 홀로 바다로 나간 노인은 고독하다. 고독을 벗 삼아 치열하게 살아가야 하는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큰 청새치를 잡았지만 귀항 도중에 상어의 습격으로 뼈만 남긴 채 빈손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