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목월 시인의 부인은 생전에 자식들이 속상하게 할 때마다 부채에 써놓은 글귀를 보며 마음을 달랬다고 전해진다. 부채에는 '소용없다'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부인은 자식들이 말썽을 부릴 때면 부채를 펴서 자식들에게 보이고 스스로에게도 자경(自警)의 의미로 삼았던 것이다. 그분의 아들인 박동규 선생의 회고로는 어머니가 부채를 펴 보이면 조심해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부모와 자식 사이의 천륜을 어찌할까? 그러나 무엇이건 지나치면 병이 된다. 특히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사랑은 집착으로 변질되기 쉽다. 아이가 다 컸는데도 불구하고 정신적 탯줄을 끊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남의 얘기가 아니다. 아내는 딸을 시집보내고 나서부터 잠을 이루지 못한다. 병원 약이 아니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 자식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