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18 3

부용대 소나무

서애(西厓) 류성룡(柳成龍) 선생은 옥연정사(玉淵精舍)를 짓고 주변에 소나무를 심었다. 그 기록이 선생이 쓴 '소나무를 심고[種松]'이라는 시로 남아 있다. 스무아흐렛날 자제들과 재승(齋僧) 몇 사람을 시켜서 능파대 서쪽에 소나무 삼사십 그루를 심었다. 내 일찍이 백낙천의 '소나무를 심고'란 시를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시에 이르기를, '어찌하여 나이 사십이 되어 몇 그루 어린나무를 심는가 인생 칠십은 옛부터 드물다는데 언제 나무가 자라 그늘을 볼 것인가' 하였다. 올해 내 나이 예순셋인데 새삼 나무를 심었으니 내가 생각해도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떠오르는 감상을 재미삼아 몇 구절 시로서 옮겨본다. 북쪽 산 아래 흙을 파서 서쪽 바위 모퉁이에 소나무 심었네 흙은 삼태기에 차지 않고 나무 크기 한 자가 되지..

천년의나무 2011.11.18

옥연정사 소나무

옥연정사(玉淵精舍)는 서애(西厓) 류성룡(柳成龍, 1542-1607) 선생께서 후년에 거처하신 가옥이다. 안동 풍천면 하회마을 낙동강 건너편 부용대 자락에 있다. 살림을 사는 집이 아닌 서애 선생만의 학문과 만남의 독립 공간이었다. 옥연정사는 1576년에 집짓기를 시작해서 10년 만에 완공되었는데, 집 지을 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을 때 탄홍(誕弘)이라는 스님이 도와주어서 지을 수 있었다고 한다.1605년 낙동강 대홍수로 하회의 살림집을 잃고 이곳에 은거하며 징비록을 저술했다. 선생이 쓴 '옥연서당기(玉淵書堂記)'에 보면 집을 지은 당시의 선생의 소회가 드러나 있다. '사슴, 고라니 같은 내 천성은 산야에 삶이 알맞지 시정간에 살 사람이 아니었다. 중년에 망령되게도 벼슬길에 나아가 명예와 이욕을 다투는 ..

천년의나무 2011.11.18

멀리 있는 도서관에 가다

아내와 다투고 나면 집이 좁다. 이럴 때는 혼자 걷는 게 약이다. 그런데 오늘은 콧물에 재채기,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간다. 새로 생긴 풍물장도 구경하고 각설이 엿도 사 먹고 마침 산 아래에 도서관이 있다. 여자들은 쇼핑으로 스트레스를 푼다지만 나는 책 속에서 모든 걸 잊는다. 조용하고 진지한 공간에 들면 세계대전이 벌어지던 내 마음도 잔잔해진다. 오늘 같은 날은 가볍게 신문을 보고 바둑 잡지를 보고 사진책도 본다. 일회용 커피도 빼먹는다. 혼자 노는 게 재미있다. 휴게실 유리창 너머로 책 읽느라 정신없는 아이들이 보인다. 남자 하나에 여자 셋이 나란히 앉아 있다. 무슨 책일까? 뒤태가 귀엽다. 열람실에 들어갔다가 나와도 그 모습 그대로다. 그놈들 대견하다. 몰래 가까이 가 보니 헉, 만화책이다. 저 무..

사진속일상 2011.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