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날 만에 햇볕이 났다. 작은 배낭을 꺼내 뒷산에 들었다. 장마가 시작되고는 출입을 하지 않았으니 한 달이 넘었다. 숲은 물기를 털어내느라 몸을 뒤척이고 있었다. 긴 장마에 집도 예외가 아니었다. 벽에서는 물방울이 송송 배어 나올 듯했다. 오늘은 아침부터 창문을 활짝 열고 뽀송뽀송한 공기를 맞았다. 그동안 화장실에서는 퀴퀴한 곰팡내가 계속 났다. 아내가 제습기를 사야겠다는 걸 겨우 말렸다. 뭐든지 기계에 의존하는 게 싫었다. 산길에서는 모기와 날벌레들이 뜸해졌다. 한두 마리가 달라붙었지만 초여름의 극성스러움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신기하게도 산에서 메뚜기를 보았다. 농약 때문에 산으로 피신 온 것인가, 아니면 내가 잘못 본 것인가. 워낙 날쌔게 뛰어다녀 자세히 살피지는 못했지만 틀림없는 메뚜기였다.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