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기로 멸망한 지구 위에서 인류의 마지막 생존터인 설국열차가 17년째 달리고 있다. 질주가 멈추면 파멸에 이르는 비유가 현대 사회의 모습과 아주 닮았다. 자본주의 시스템은 현재 스스로를 파괴하는 중이라는 지젝의 지적대로 종말을 향한 폭주로 설국열차의 이미지가 딱 맞는다. 계급에 따라 칸으로 나누어져 있고 질서와 균형을 강조하는 열차 안은 인간 세상의 작동 시스템과 유사하다. 꼬리칸에 탄 사람들은 체제 전복을 꿈꾼다. 결국 커티스를 중심으로 해서 혁명을 일으키고 앞칸을 차례차례 점령해 나간다. 메시지가 강한 영화다. 나로서는 서구문명의 몰락과 새로운 인류 사회의 탄생이라는 희망으로 읽힌다. 마지막 장면에서 동양 소녀와 흑인 소년으로부터 인류의 새 역사가 시작된다는 것을 암시하는 건 15세기부터 역사를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