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회관에 보건소 소장님 오셨다. 조그만 가방 안에 설사약 감기약 위장약 피부약 그래도 있을 건 다 있다. "아무래도 돼지고기 먹은 게 탈이 났는갑다. 온종일 설사하느라 일을 할 수 있어야제. 이런 데 먹는 특효약 없나?" "특효약이 어디 있소. 나이 들수록 조심조심해서 먹는 게 특효약이지." "나는 허리가 아파 똥 누기도 힘들고 온 만신이 다 아픈데 우짜모 좋노." "수동 할매, 여기 안 아픈 사람이 어딨소? 쇠로 만든 자동차도 오래 쓰모 고장난다 카이. 그만큼 살았으모 아픈 기 당연하지. 안 아프모 사람이 아니라요." 보건소 소장님은 안 아픈 데가 없는 산골 마을 늙으신 농부들의 몸과 마음을 도사처럼 훤히 꿰뚫어 본다. 그리고 단돈 구백 원만 주면 약도 주고 주사도 놓아 준다. 보건소 소장님 다녀가..